국방장관, 헤르몬산 진지서
“시리아 대통령 내려다볼 것”
트럼프 업고 영토 확장 야욕
이스라엘이 자국 국경과 접한 시리아 남부 영토를 ‘무기한 점령’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시리아의 정치적 혼란과 이스라엘의 확실한 ‘뒷배’ 역할을 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귀환을 틈타 50년 전 양국이 맺은 휴전협정을 깨고 영토 확장 야욕을 노골화한 것이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2일(현지시간) 시리아 남부 헤르몬산 정상에 있는 이스라엘군 진지를 찾아 “이스라엘은 시리아에 무기한으로 머무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 주둔이 이스라엘 북부와 국경지역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은 매일 아침 다마스쿠스의 대통령궁에서 눈을 뜰 때 이스라엘군이 헤르몬산 정상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을 볼 것”이라고 도발했다.
지난해 12월8일 시리아 반군 연합이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수도 다마스쿠스에 진입하며 시리아 정권이 무너지자, 이스라엘은 이틀 뒤 시리아 영토 내 유엔이 감시해온 ‘비무장 완충지대’에 탱크를 진격시키며 침공했다.
헤르몬산은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 일대 비무장 완충지대의 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다. 1974년 체결된 양국 간 휴전협정에 따라 비무장 완충지대로 지정되면서 시리아군이 철수하고 유엔휴전감시군(UNDOF)이 주둔해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알아사드 정권 붕괴로 휴전협정은 무효가 됐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말 진군 당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이 일자 “임시 조치”라고 항변했다가, “이번 겨울 내내”(카츠 장관) 주둔하겠다고 말을 바꿨고, 얼마 후엔 “합의가 있을 때까지”(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자국군을 주둔시킨다고 했다. 그러다 올해 들어선 대놓고 “무기한 점령”을 선언하고 있다.
국제법상 골란고원은 시리아 영토이며, 미국을 제외한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 행위’라는 비판에도 이곳 점령 야욕을 숨기지 않는 것은 카츠 장관의 언급처럼 헤르몬산 봉우리가 레바논, 시리아 영토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다마스쿠스와 불과 35㎞ 떨어져 있으며,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동남부와 맞닿아 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로부터 빼앗은 골란고원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유대인 정착촌 확대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2019년 ‘골란고원은 이스라엘 영토’라는 포고문에 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과 시리아 혼란을 틈타 영토 확장 야욕을 본격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