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선언…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도 검토
노조 겨냥 ‘여론전’ 비판도…“일부러 갈등 유도”

2015년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서 직원들이 쇳물처리 작업을 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현대제철이 임원 급여를 20% 삭감했다. 전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대제철은 14일 “최근 국내외의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강도 높은 자구책 없이는 경영 개선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 임원들의 급여를 20% 삭감하기로 결정했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산 저가 철강 공세로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데다 ‘트럼프발 관세 조치’까지 겹쳐 국내외 여건이 악화되자 ‘비상경영 체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 12일부터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간 한국 철강은 미국 수출 때 263만t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아 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따른 이번 조치로 쿼터는 사라졌다.
현대제철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극한의 원가절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임원 임금 삭감,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 검토와 더불어 해외 출장 최소화 등도 추진된다. 현대제철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말부터 포항 2공장을 축소 가동해 왔다. 이달부터는 이 공장의 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및 당진제철소·인천공장 전환배치 신청을 받고 있다.
현대제철의 비상경영 조치를 두고 노조를 겨냥한 ‘여론전’이라는 비판도 있다.
비상경영 돌입을 알리기 직전인 13일 현대제철 노사는 당진제철소 부분 직장폐쇄 해제를 위해 교섭을 재개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먼저 교섭을 요구했지만 막상 테이블에 앉아보니 사측이 갖고 온 안이 없었고, 협상 결렬 직후 비상경영 돌입을 알렸다”면서 “일부러 갈등을 유도하면서 국내외 악재를 이용해 노조에 불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달 24일 당진체철소 1·2 냉연공장의 산세 압연 설비(PL/TCM) 라인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진행한 바 있다. 6개월째 난항에 빠진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문제였다. 지난달 21일 당진 냉연공장 가동을 하루 멈춰세우는 부분파업과 같은달 11일 전 사업장 조업을 중단하는 총파업이 벌어지자 사측이 부분 직장폐쇄로 맞선 것이다. 현대제철이 직장폐쇄를 실시한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현대제철은 이날 자료에서 미국 관세 부과와 중국산 저가 철강의 시장 잠식 등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위기 속에서 노조와의 임금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산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현대제철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국내외 여건의 어려움을 노동자에게 설명하며 협상안을 제시한다면 교섭에 응할 의향이 있었다”면서 “아무 설명도 없이 대립을 유도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