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비판했다고 ‘입틀막’…흔들리는 ‘수정헌법 1조’에 미국이 들썩

조형국 기자

진보 성향 유대인들, 마흐무드 칼릴 석방 요구

범죄 이력 없고 영주권 갖췄는데도 체포 ‘논란’

트럼프·행정부 고위 인사들 발언이 문제 키워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흐무드 칼릴(30)의 석방을 촉구하는 유대인 단체 소속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마흐무드 칼릴(30)의 석방을 촉구하는 유대인 단체 소속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비판하는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미국 컬럼비아대 졸업생 마흐무드 칼릴(30)을 둘러싼 논란과 파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정헌법 1조를 금과옥조로 여기며 표현의 자유를 특히 중시해온 미국 사회에서 칼릴의 체포가 시민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국익과 안보를 내세워 칼릴 체포의 당위를 설파했지만 ‘넘으면 안 될 선을 넘었다’는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은 13일(현지시간) 진보 성향의 유대인 단체 100여명이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칼릴의 석방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뉴욕 경찰은 퇴거 명령에 응하지 않은 시위 참가자 98명을 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성명에서 “마흐무드의 구금은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의 장악 직전에 와있다는 증거”라며 “양심 있는 유대인으로서 우리는 이같은 결정이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다. 우리는 파시즘에 저항한 이들의 후손”이라고 했다. 시위 참여자들은 ‘마흐무드를 즉시 집으로 돌려보내라’ ‘이스라엘에서의 무장을 중단하라’ 등이 적힌 티셔츠를 입고 “학생이 아닌 나치와 싸우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NYT는 전했다.

칼릴을 향한 지지와 응원은 미국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신봉과 무관치 않다. 그가 범죄 이력이 없고, 영주권을 보유해 체류자격을 갖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칼릴의 체포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국 언론들은 체포와 구금, 당국 해명과 이어지는 항의와 비판 등을 비중 있게 다루며 칼릴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다수의 법조계 인사의 의견을 전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가 헌법에 배치되는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제프리 파일 변호사는 “변호사 생활 23년 중 본 어떤 사건보다 명백히 수정헌법 1조를 위반한 사건”이라고 했고 소냐 웨스트 조지아대 교수는 “(체포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건 명백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인사들이 나서 칼릴 체포를 옹호하고 나선 것도 이 사안을 정치적 문제로 키우는 데 일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이것은 앞으로 있을 많은 체포 중 첫 번째”라며 ‘반미·반유대주의 활동 가담 행위자’에 대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는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며 “하마스 지지자가 되고 우리의 대학에 들어와 뒤흔들어 놓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NYT는 트럼프 행정부가 칼릴에게 적용한 이민·국적법 조항이 위헌 논란이 있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누나인 고 메리앤 트럼프 배리 연방 판사가 1996년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 판결했다고 보도했다.

칼릴은 지난 8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된 후 루이지애나주 이민당국 시설에 구금됐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칼릴에게 추방 명령을 내렸으나, 법원이 추방 집행을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Today`s HOT
월식 전의 보름달, 관람하고자 모인 사람들 마이애미 비치에서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이스라엘 유대인들을 위한 명절, '푸림' 기차를 끌어 기네스 인증 받은 레슬링 선수 마흐루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인력 감축에 항의하는 사람들 갑작스런 토네이도로 아수라장된 피코 리베라
유소년 선수들 만난 이글스 스타 콘 바클리 나폴리서 규모 4.4 지진, 새벽부터 놀란 시민들
안개가 자욱한 호주 캔버라의 모습 BNP 파리바 여자 테니스 경기 우승자, 벨린다 벤치치 아세안 국가 중 GDP 성장 최고인 베트남의 모습 인도 홀리 축제 준비하는 사람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