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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모닝? 캠모닝!

  • 정연주

(31) 팬에 굽는 잉글리시 머핀

‘겉바속촉’으로 노릇하게 구워낸 빵을 자연에서 먹는 맛, 간단하게 사 먹는 빵에 비할 수 있을까!   필자 제공

‘겉바속촉’으로 노릇하게 구워낸 빵을 자연에서 먹는 맛, 간단하게 사 먹는 빵에 비할 수 있을까! 필자 제공

빵을 좋아한다. 솔직히 누가 안 그렇겠냐 싶지만, 아무튼 빵을 좋아한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너무 좋아해서 직접 빵을 굽는 것도 좋아하고 빵 굽기를 준비하는 시간도 좋아한다. 바게트를 먹고 반해서 바게트를 찾아다니다 바게트를 구우려고 노력하는 책을 썼을 정도다. 운동을 시작하고 제일 좋은 점은 체력이 생겨서 기계 없이 끝까지 손으로 빵 반죽을 할 수 있다는 점이고, 근력이 생기고 칼로리를 소모한 만큼 빵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제나 어떤 빵이든 검색하고 있어서인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들어가면 알고리즘의 혜택으로 오븐에서 기적처럼 부풀어 오르는 빵 반죽을 찍어 올린 영상을 볼 수 있다. 갓 구운 빵이 탄생하는 순간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요만하던’ 반죽이 ‘이따만하게’ 부푸는 풍요 그 자체인 모습, 노릇하게 익은 크러스트의 향기와 촉촉하고 따끈한 속살. 본디 다시 실온으로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빵이 가장 맛있어지기는 하지만, 빵을 직접 구워보면 꺼내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식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한계다. 김이 폴폴 올라오는 속살에 버터를 올리고 소금을 톡톡 뿌리면 얼마나 맛있게요? 버터간장밥만큼이나 중독적인, 탄수화물 그 자체의 맛! 사 먹으면 되는 빵을 굳이 굽는 것은 쉬이 접할 수 없는 이런 순간을 만나기 위함이다.

캠핑장에서 빵을 굽는 것도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의 끝판왕이다. 숯불을 피워서 바비큐를 할 수도 있고, 그냥 버너에 삼겹살을 구울 수도 있고, 여차하면 즉석밥을 데우고 라면을 끓이면 되는데 굳이 따뜻한 낮 내내 밀가루 반죽을 치대고 발효시키고 굽기까지? 하지만 한번 해보면 안다. 막 구운 따끈한 빵을 찢어 먹는 그 순간, 캠핑이 새로운 차원으로 올라간다는 것을. 손가락만으로 모든 음식을 연성해내는 마법사가 된 기분이 든다는 것을.

항상 빵을 굽고 싶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는 사람으로서 어떤 면에서는 캠핑처럼 시간 여유가 늘어지는 날이야말로 빵 굽기에 최적이다. 반죽하고 발효하고 성형하고 기다리는 그 모든 시간 자체가 주말에 나와 있어서 생긴 여유라는 선물이니까. 다만 한 가지 난점이 있다면 캠핑장에서는 오븐과 같은 환경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화목난로에서 난을 구워보기도 하고, 무쇠 냄비를 써 보기도 하지만 초심자가 접하기 좋은 빵은 무엇보다, 프라이팬으로 구울 수 있는 잉글리시 머핀일 것이다.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맥모닝? 캠모닝!

오븐 없이 굽는 잉글리시 머핀

나라마다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빵의 종류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빵이라면, 나는 마트 꿀호떡과 약과, 시장에서 파는 꽈배기, 국도 노점에서 파는 옥수수술빵 등을 꼽는다. 식빵처럼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것 말고,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런 빵이다.

그런 면에서 잉글리시 머핀은 외국 대형 마트에 가면 식빵처럼 긴 비닐봉지에 담아서 파는 종류의 흔한 식사용 빵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렇게까지 대중화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모닝 세트를 내놓으며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침 시간대에만 주문할 수 있는 그 모닝 메뉴에서는 햄버거 번과 다르게 전체적으로 고른 두께의 동글납작한 빵을 사용한다. 그것이 바로 잉글리시 머핀이다.

잉글리시 머핀은 동글납작하게 빚어서 굽는 영국의 빵이다. 주로 포크나 칼을 이용해 가로로 반을 잘라서 구워 낸다. 버거처럼 짭짤한 내용물을 넣어서 한 손으로 딱 잡고 먹기에도 딱이고, 그냥 식빵 토스트처럼 버터나 잼만 발라서 먹어도 맛있다. 모닝 메뉴로 주문하는 것으로만 잉글리시 머핀을 접했다면 한 번쯤 직접 구워서 먹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약간 쫀득하면서 고소한 맛이 무엇과도 잘 어울리는 데다 쉬이 물리지 않아서 계속 이것저것 끼워 먹어보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맥모닝? 캠모닝!

아침에만 주문되는 ‘그 모닝 세트’에 쓰는 빵
만드는 건 반죽까지 3시간반, 먹는 건 2분인 ‘극악 가성비’
그럼에도 뿌듯~ 기분 최고로 업시키는 캠핑날의 맥머핀

캠핑에서 만든다는 전제로 잉글리시 머핀의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오븐 없이 팬에 구울 수 있다는 점이다. 반죽을 빵처럼 해서 발효시킨다는 것뿐이지, 굽는 과정은 조금 두꺼운 호떡이나 팬케이크처럼 앞뒤로 옥수숫가루를 묻혀서 프라이팬에 천천히 구우면 된다. 그러면 토스트나 햄버거 번처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빵이 완성되는 것! 4개 정도의 소용량으로 만들면 반죽하기에도 크게 힘들지 않다. 기억해야 할 것은 앞뒤로 서걱서걱한 특유의 질감을 주는 옥수숫가루나 세몰리나 가루를 굽기 전에 반죽 앞뒤로 묻히는 것, 그리고 천천히 구워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불이 너무 강하면 새까맣게 태우기 십상이다. 물론 그런 사태는 나에게도 벌어졌다. 그런 정도의 빵 시련에는 굴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탄 부분만 싹 떼어내고 먹었다. 고소한 껍질과 쫀득한 속살의 조합이 매력적인 잉글리시 머핀, 노 오븐, 부쳐 먹는 빵.

수제 ‘캠머핀’ 만들기

그리고 잉글리시 머핀을 구웠으면 당연히 ‘캠머핀’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발효하고 굽다 보면 오후 서너 시가 될 수도 있으니, 캠모닝이 아니라 캠애프터눈 간식이 되더라도 달걀을 풀어 본다. 동글납작하게 부친 소시지 패티나 노릇하게 구운 베이컨, 달걀 프라이도 좋지만 캠핑장에서는 몽글몽글 부드럽게 만든 스크램블드 에그에 치즈 한 장을 올린 간단 치즈 오믈렛이 가장 평범하고 익숙한 재료와 최소한의 노력만으로 최고의 브런치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이다.

달걀에 소금과 후추 간을 하고 물을 조금 섞어서 곱게 풀고, 구이바다에 전골팬을 올리고 오일을 둘러 가열한다. 달걀물을 풀어서 이리저리 휘젓다가 잉글리시 머핀 크기로 두 뭉치가 되도록 슬슬 모은다. 그리고 뒤집지 않고 그대로 천천히 위까지 익도록 기다린 다음 체더치즈를 한 장 올려서 녹인다. 이때 불이 세지 않아야 바닥도 질긴 껍질이 생기지 않는다.

잉글리시 머핀은 역시 포크로 갈라야 제맛.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포크로 가운데를 팍팍 찍어 반으로 갈라 뜯어낸 다음 아래쪽 머핀에 마요네즈를 약간 바르고 치즈 스크램블드 에그를 얹어 위쪽 머핀을 얹는다. 초간단 단백질 보충 ‘맥머핀’ 완성! 순식간에 먹어 치울 수 있다. 만드는 건 반죽까지 3시간30분, 먹는 건 2분. 소위 가성비는 엉망이지만 뿌듯함과 기분은 최고로 업시키는 캠핑날의 맥머핀이다.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맥모닝? 캠모닝!

캠핑 잉글리시 머핀

재료(4개 분량)

우유 100g , 버터 15g, 설탕 10g

소금 1/4작은술, 이스트 3g

밀가루 140g, 덧가루용 옥수숫가루 또는 세몰리나

만드는 법

1. 우유를 따뜻하게 데워서 이스트와 설탕을 넣고 잘 풀어 섞는다. 10분 정도 둔다.

2. 볼에 녹인 버터와 소금, 밀가루, 우유 혼합물을 넣고 잘 섞는다. 매끄럽게 한 덩어리로 뭉쳐질 때까지 반죽한다.

3. 볼에 반죽을 넣고 랩을 씌워서 두 배로 부풀 때까지 1시간30분 정도 발효시킨다.

4. 반죽을 꺼내서 4등분한 다음 동글납작하게 빚어 옥수숫가루를 뿌린 트레이에 담는다. 덮개를 씌워서 30분 더 발효시킨다.

5. 구이바다 또는 무쇠팬을 뜨겁게 달군 다음 불 세기는 약하게 낮춘다.

6. 준비한 반죽을 넣고 주기적으로 뒤집으면서 총 15분 정도 굽는다.

■정연주

[정연주의 캠핑카에서 아침을]맥모닝? 캠모닝!

캠핑 다니는 푸드 에디터, 요리 전문 번역가. 르 꼬르동 블루에서 프랑스 요리를 공부하고 요리 잡지에서 일했다. 주말이면 캠핑카를 타고 떠나는 맛캠퍼로 ‘캠핑차캉스 푸드 라이프’ 뉴스레터를 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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