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50여명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맞은편에서 “탄핵 무효”“탄핵각하” 등 구호를 외치고 있다. 오동욱 기자
“다들 목숨 걸고 하는 거야.”
1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만난 이모씨(55)가 말했다. 그는 헌재 앞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천막으로 시위용품을 들고 가려다 경찰에 제지당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 당일 쫓겨나지 않으려 자리를 선점하려했다. 그는 “윤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기 위해 지난 1월9일 일본에서 왔다”고 했다. 탄핵심판 결정 선고가 유력했던 지난 목요일(14일)부터 헌재 앞을 지켰다. 그가 말했다. “경찰이 때리고 쫓아내면 나도 때릴 거야. 쫓아내면 죽는다는 각오로 있을 거야.”
이날 오전 윤 대통령 지지자 70여명이 헌재 인근에서 “탄핵 반대” “탄핵 기각”을 외치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앞서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헌재로부터 100m 이내는 집회 금지구역이라 차벽으로 둘러싸서 진공상태로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이들은 헌재 앞 자리 확보에 “목숨까지 걸었다”고 했다.

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바로 옆에 천막을 친 채 단식 농성 등을 이어가고 있다. 오동욱 기자
이들은 노숙도 마다치 않았다. 윤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은 이날 헌재 정문 바로 옆에 천막을 치고 자리를 지켰다. 천막 안쪽에는 라면·생수 상자가 쌓였고, 벽면에는 ‘헌재 탄핵 원천 무효’, ‘탄핵 각하 판결 촉구’ 등이 적힌 손팻말이 붙어있었다. 이들은 천막 안에서 담요를 두른 채 앉거나 누워있었다.
젊은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의 한 이용자는 “헌재 애국자들 바닥에 누워서 자고…. 앉아서 자고 마음이 아프다”며 “어머님들이 어디서 박스를 들고 와서 깔고 자라고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유튜버 A씨는 선고 당일 ‘헌법재판소 100m 이내를 진공상태로 만들 것’이라는 경찰의 예고에도 헌재 앞을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단식하는 사람들은 생수가 가장 필요하고, 날씨가 추워 핫팩도 필요한데 선고 날 그것도 반입하지 못하게 하면 진짜 큰일 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계엄이 (대통령의) 탄핵 거리가 되느냐”며 “이 자리를 좌파나 민노총(민주노총)에서 차지하지 못하도록 계속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김연주씨(42)가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옆 인도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를 주장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동욱 기자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서는 헬멧 등 헌재지키기를 위한 ‘준비물’도 등장했다. 지난 10일부터 헌재 정문 옆에서 1인 시위를 하는 김연주씨(42)는 경찰의 진압에 대비해 이미 목장갑과 삼단봉, 손전등도 준비했다고 했다. 곧 헬멧도 구매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씨는 “(경찰에) 한 대 맞으면 나도 한 대 치겠다는 마음으로 이곳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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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지난 15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집회에서 “여러분과 제가 다 해내야 합니다. 저 헌법재판소도 저거 없애버려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헌재 앞에서 만난 이씨는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되기 막바지”라며 “그 말씀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 선고를 앞두고 경찰은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헌재 인근에만 경찰 병력 9000여명을 배치하고, 월담 방지를 위해 윤형 철조망과 바리케이드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지난 14일 경찰청은 “주요 기관과 시설에는 충분한 경찰력을 배치해 불법행위를 사전 차단”하고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6일 오전 헌법재판소 옆길 낮은 담에는 윤형 철조망이 처져 있다. 오동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