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석방 이튿날인 지난 9일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국제연구기관이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후퇴한 것으로 판단했다. 독재화가 진행 중이라는 판단도 내렸다.
스웨덴 예테보리대학의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V-Dem)가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서 한국을 기존의 ‘자유민주주의’보다 한 단계 아래인 ‘선거 민주주의’로 분류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연구소는 전 세계 179개국의 정치 체제를 ‘폐쇄된 독재정권’ ‘선거 독재 정치’ ‘선거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네 단계로 분류한다.
선거 민주주의는 자유롭고 공정한 다당제 선거, 만족스러운 수준의 참정권과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체제를 뜻한다. 자유민주주의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여기에 행정부에 대한 사법적·입법적 통제, 시민적 자유 보호, 법 앞의 평등 보장이 추가돼야 한다.
이 연구소는 1년 전만 해도 한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분류했다. 다만 이때도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로 소개했었다. 올해는 한 단계 낮춘 데다 독재화가 진행 중인 나라로 소개했다. 헝가리·몰도바·루마니아 등과 함께 언론을 포함한 표현의 자유가 크게 후퇴한 나라로도 지적됐다.
한국은 종합 순위 41위를 차지했는데 세부 지표 중 ‘심의적 지수’에서 48위로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공공의 논의가 얼마나 포용적인지, 정부가 야당과 다양성, 반대 의견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사실에 기반한 논쟁이 얼마나 잘 이뤄지는지를 측정한 지표이다.
보고서에는 지난 12·3 비상계엄 이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대규모 탄핵 촉구 집회 사진이 크게 실리기도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는 권위주의의 부상과 함께 민주주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권위주의 국가 수는 91개로 민주주의(자유·선거 민주주의) 국가(88개)를 22년 만에 처음으로 넘어섰다.
연구진은 지난 25년간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에 사는 인구의 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한국을 비롯해 아르헨티나·인도·인도네시아·멕시코 등 영향력 있는 지역 강국들에서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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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허위정보 및 정치적 양극화가 독재화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고도 언급했다. 연구진은 “허위정보와 정치적 양극화, 독재화는 종종 함께 진행되면서 서로를 강화한다”면서 “독재 정부는 의도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부풀리고 사회 내 불신감을 조성하고 양극화를 부추기기 위해 허위정보를 이용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후퇴는 다른 조사기관의 보고서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지난달 27일 영국 경제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4’에서 한국의 순위는 32위로 전년보다 10단계 하락해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