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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첫 ‘단독공연’ 블랙핑크 제니

가수 제니가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The Ruby Experience’ 공연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OA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제니가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The Ruby Experience’ 공연에서 노래를 하고 있다. OA엔터테인먼트 제공

복장 변화 간소화해 노래에 집중
관객과 대화 없이 11곡 연속 소화
70분간 열정…팬들 환호에 눈물

“저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가수 제니가 여린 목소리로 감사를 표했다. 천하를 호령하는 듯하던 기세로 70여분간 랩과 노래를 내뱉던 그가 슈퍼스타의 자아를 내려놓고 인간 ‘김제니’로서 인사하자 팬들은 환호로 답했다.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지난 15일 열린 ‘더 루비 익스피리언스(The Ruby Experience)’ 쇼는 걸그룹 블랙핑크의 제니가 데뷔 후 처음 개최한 단독 공연이다. 지난 6~7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피콕 극장, 10일 뉴욕의 라디오시티 뮤직홀에서 공연한 데 이어 이날 영종도에서 막을 내렸다.

제니는 이날 무대에서 첫 솔로 정규 앨범 <루비>(Ruby)에 수록된 15곡을 선보였다. 앨범은 “온 세상은 무대일 뿐이고, 모든 사람은 단지 연극을 할 뿐이다”라는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의 한 구절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 모티브를 드러내듯, 붉은 극장 커튼이 올라가며 공연이 시작됐다.

콘서트는 제니라는 무대 위 주인공에 집중해 미니멀하게 구성됐다. 제니는 거울을 마주 보며 첫 곡 ‘스타트 어 워(start a war)’를 노래했다. ‘핸들바(Handlebars)’ ‘만트라(Mantra)’로 곡이 전환될 때엔 댄서들의 현대무용 같은 안무와 TV 글리치 화면 등 미디어 아트를 연상시키는 요소를 노래에 결합했다. VCR로 환복 시간을 길게 끌기보다 빨강·검정 톱 위에 재킷을 다르게 매치하는 등 복장 변화를 간소화해 곡 사이 여백을 줄였다.

제니는 패션쇼를 활보하는 스타처럼 무대를 누비다가 매력적인 중저음의 목소리로 랩을 뱉어냈다. 명령조로 “누구도 나를 흔들 수 없다”고 선포하는 곡 ‘젠(ZEN)’에서 카리스마가 돋보였다. 그는 “잘난 게 죄니(‘like JENNIE’)”라며 자신만만함을 내비치다 말괄량이처럼 뛰어다니며 장난스레 미소 지었다.

관객과의 대화 없이 11곡을 연이어 소화한 제니는 공연 중후반에서야 정식 인사를 건넸다. 거칠 게 없는 톱스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그는 팬들의 환호가 얼떨떨하고 벅찬 20대 청년의 얼굴을 했다. 제니는 “화려하고 모든 걸 멋있게 해내는 그런 모습 말고 조금 바보 같기도 하고 버벅대는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을 담은 앨범”이라며 “그래서 모든 게 낯설고 처음 시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팔을 양옆으로 벌리고 팬들의 환호성을 만끽하던 제니는 “울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말끝을 흐리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앨범을 내고 무한한 사랑만을 받았는데,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오늘 이렇게 제 눈으로 보니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제니는 “다시 공연 모드로 돌아가겠다”며 무대를 이어갔다. 선글라스를 낀 그는 순식간에 자신만만한 얼굴로 돌아갔다. 미국 공연에서 선정성 논란이 있었던 ‘필터(Filter)’ 무대 의상은 민소매와 짧은 반바지로 노출을 줄였다.

“앞으로 좋은 음악을 하고, 좋은 사람일 제니일 테니까요. 계속 지켜봐 주세요, 여러분.” 끝으로 제니가 말했다. 공연은 제니가 ‘절친’이었던 친구를 그리워하며 쓴 곡 ‘트윈(twin)’으로 막을 내렸다. 어쿠스틱 기타 한 대에 맞춰 노래하며 그는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는 평범한 청년의 얼굴을 했다. 콘서트치고 러닝타임이 짧다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제니의 다면적인 모습을 압축적으로 볼 수 있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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