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대구 동대구역 인근에서 신축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미랑 기자
정부가 비수도권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시장 안팎에선 결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금으로 건설사의 ‘악성 부동산’을 떠안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LH는 조만간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준을 마련하고, 매입 공고를 내놓을 예정이다. 미분양 주택을 가진 사업자로부터 매도 신청을 받고, 심사를 거쳐 매입 대상을 선정한다. 정부는 매입물량을 6년간 전세로 살다가 분양받을 수 있는 분양전환형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통상 정부가 임대주택을 매입할 때는 대상 주택에 대한 심의를 LH가 맡는다. 이번에 정부가 결정한 3000가구 매입을 선정하는 것도 LH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LH 관계자들 사이에선 ‘건설사의 분양 실패를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시장 안팎에선 ‘준공 후 미분양’ 자체가 입지 조건 등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았던 물건인데 향후 부동산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전세 수요가 있다든지 ‘향후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큰 매물의 경우 건설사가 아예 내놓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건설사가 정부에 팔기 보다 계속 가지고 있다가 가격이 오르기를 기다렸다가 파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나 매매 수요가 없는 악성 물건만 받아든 정부가 매입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고, 이는 결국 LH에 악성 채무로 쌓이는 구조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부가 사들인 악성 미분양 주택도 10가구 가운데 1가구가 아직까지도 공실로 남아 있다. 지난 2월 기준 LH 자료를 살펴보면, 2008년~2010년 LH가 매입한 미분양 주택 7058가구 가운데 619가구(8.8%)는 매매도 임대도 되지 않고 비어 있는 상태다.
LH 직원들 사이에서도 정부 대책 이후 ‘악성 부채를 LH가 또 떠안아야 한다’는 반발 기류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매입 대상 주택의 수요 예측 등을 놓고) 지난 2008년에는 국토부가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심의했다”며 “현재 2008년의 사례를 참고해 관련 절차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