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상황서만 적용되는 권한 발동
판사 구두 회항 명령에도 압송 강행

교도관이 1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추방된 이들을 엘살바도르 테콜루카에 있는 테러 구금 센터로 이송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갱단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담긴 사진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불법 이민자를 태운 추방 용도의 비행기를 미국으로 되돌려보내라는 법원의 구두명령을 어기고 압송을 강행했다.
AP통신은 16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을 태운 비행기가 예정대로 엘살바도르에 착륙했다고 보도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행정부가 법원 명령을 어겼는지에 대한 질의에 “행정부는 법원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합법적 근거가 없는 이 명령은 테러리스트 ‘트렌 데 아라과’(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소속 외국인이 이미 미국 영토에서 추방된 후에 내려졌다”며 성명을 내고 답했다.
같은 날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민자를 자국 교도소에 1년간 수용하기로 합의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엑스(옛 트위터)에 법원의 집행정지 명령 소식을 담은 뉴욕포스트 기사를 갈무리한 사진과 함께 “아, 이미 늦었다”는 글을 올렸다.
엘살바도르 정부가 이날 공개한 영상에는 진압 장비를 착용한 경찰이 공항 활주로에 세워진 비행기에서 내리는 남성들을 지켜보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미국에서 추방된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으로 추정된다. 경찰은 손과 발목에 족쇄를 찬 남성들의 머리를 아래로 눌러 허리를 숙이게 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범죄자 수감시설인 테콜루카 소재 CECOT에 갇혔다.
전날 트럼프 행정부는 227년 전 만든 ‘적성국 국민법’ 권한을 발동하면서 트렌 데 아라과 갱단원 200여명을 비행기에 태워 해외로 보냈다. 하지만 미연방법원은 전시 상황에만 발동할 수 있는 적성국 국민법을 적용해 이민자를 추방하는 것은 위법할 소지가 있다며 14일간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다. 이 사건을 맡은 제임스 보아스버그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에 항공편을 회항시키라고 명령했다. 다만 회항 명령은 문서에 남기지 않고 구두로 전했다.
- 국제 많이 본 기사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압송 강행이 재판부의 명령을 어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지타운대 법학센터의 스티브 블라덱 교수는 “판사의 구두 지시가 최종 명령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법원 명령의 정신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AP통신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