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오를만큼 올라 재지정 실효성 낮다는 지적
“시장 급등세 심각해 재지정 검토” 반론도

12일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가 뿌옇게 보이고 있다. 성동훈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최근 필요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재지정을 거론하자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으름장’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오를 지역은 다 올라서 실효성에서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일각에선 서울 전역까지의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재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가장 뜨거운 지역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다. 17일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가 지난 달 강남 3구의 토허제를 완화한 이후 갭 투자 의심 주택구매 건수는 134건으로 지난해 12월(61건) 대비 약 2.19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경우가 늘었다는 의미다.
‘잠삼대청’에서 신고가가 속출하면서 지난달 강남 3구의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 가격은 3년여 만에 모두 20억원을 넘겼다. 이 평형 평균가는 서초구 31억4043만원, 강남구 27억634만원, 송파구 20억2813만원 등이었다. 강남 3구의 거래량 급증 영향으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신고 건수도 이날 기준 5171건을 기록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5000건을 돌파했다.
소위 말하는 ‘오쏘공(오세훈 서울시장이 쏘아올린 공)’ 효과로 강남 3구의 급등에 이어 서울 전역으로 상승세가 퍼질 것이라는 전망에 최근 통계로는 강북 지역도 상승 조짐이 보인다.
서울시 등에선 이에 토허제 해제 이후 3~6개월 간 시장을 지켜보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할 경우 재지정을 즉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급등세는 곧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사실상 재지정이 추진될 명분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불안심리로 발생한 이상 급등이기에 몇 달 후 상승세는 당연히 둔화될 것”이라며 “3~6개월 기다리면 강남 집값은 자연스럽게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도 “토허제 해제 지역이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아 갭 투자 수요가 쏠렸으나 현재는 이미 ‘키맞추기’가 완료됐다”며 “향후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토허제 재지정이 주택 가격에 대한 정부 통제가 남발되는 계기만 될 수 있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개발·정비사업과의 연동이 토허제의 원래 취지”라면서 “단순 가격 때문에 재지정을 결정한다면 토허제는 앞으로 집값 통제 수단으로 파행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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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서는 시장의 급등세가 심각한 만큼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토허제 재지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정흔 감정평가사(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는 “토허제 자체가 급격한 가격 상승세에 대응하는 임시방편으로 쓰인 만큼 재지정 시 일부 가격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다만 정책의 일관성 부족으로 인접 지역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상속세 강화 등 다른 제도와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서울시장은 이날 토허제 해제 지역의 아파트값 급등을 두고 “이상 조짐”이라 표현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확실히 지난 일주일 동안 거래가 성사된 물량이 많이 늘었다. 이것은 이상 조짐”이라면서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할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올랐느냐는 판단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