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서울 매장에 10일 한 고객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5.03.10 한수빈 기자
홈플러스 단기채권의 30% 이상이 개인 투자자에게 판매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증권사들의 ‘불완전 판매’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상품의 복잡한 구조나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은행에서 벌어진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달라 불완전 판매를 입증하기까지는 복잡한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일 신영증권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홈플러스의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부터 급증해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 직전인 지난달에는 최근 2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ABSTB는 홈플러스가 매장에서 판매하는 각종 물품을 법인전용카드로 구입하면, 카드사가 이 매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발행하는 상품이다. 홈플러스 ABSTB의 법적 발행 주관사는 카드사로부터 매출채권을 양도받은 신영증권 특수목적법인(SPC)이다.
ABSTB를 비롯한 홈플러스 단기채권은 홈플러스의 낮은 신용등급을 우려한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린 탓에 대부분 개인·일반 법인 투자자에게 판매됐다. 지난 3일 기준 홈플러스 기업어음(CP)·ABSTB·단기사채 등 단기채권 판매 잔액은 총 5949억원이었다. 이 중 증권사 지점 등을 통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규모는 약 2075억원이다.
관건은 증권사들이 투자자들에게 원금 손실 위험을 제대로 고지했느냐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은 금융상품 판매과정에서 지켜야 할 6가지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통상 6가지 중 하나라도 위반하면 ‘불완전 판매’가 될 수 있다.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것은 금융회사가 상품의 중요 내용을 설명했는지인 ‘설명 의무’와 투자성향에 맞는 소비자에게 팔았는지인 ‘적합성 원칙’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홈플러스 신용등급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왔고, 신용등급이 한 단계만 떨어져도 원금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면 불완전 판매가 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불완전 판매로 ‘제재’를 하려면 보다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단순히 ‘홈플러스가 망하지 않는 한 괜찮다’라는 식이 아니라 ‘만기 3개월 이내에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없다’는 식으로 명시적으로 잘못된 설명이 있어야 불완전 판매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이 도입된 2021년부터는 상품설명서 작성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증권사 직원이 구두로 ‘안전한 상품’이라며 권유한 것만으로는 입증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적합성 원칙 위반도 성립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홍콩 H지수 ELS를 불완전 판매한 은행들의 경우 고령의 예금 가입자에게 고위험상품을 판매해 문제가 됐다. 반면 홈플러스 전자단기채권은 증권사 소매 창구에서만 판매됐기 때문에 은행 방문자와 달리 볼 가능성이 있다. 대체로 증권사를 방문한 투자자의 경우 안전 성향 투자자라고 볼 확률이 높지 않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3일부터 홈플러스 ABSTB 발행사인 신영증권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