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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쓰러진 임신부, 2시간 응급실 뺑뺑이 ‘구급차 분만’

베트남인, 인하대병원 이어 수도권 12개 병원서 거부

소방노조 “의료공백에 구급대원 고충 커져” 대책 촉구

인천공항에서 베트남 임신부가 쓰러져 2시간 넘게 산부인과를 찾다가 구급차 안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119구급대원들은 정부가 환자 병원 수용률 등을 병원 평가에 반영하는 식으로 응급의료체계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했다.

인천시 소방본부는 지난 16일 낮 12시20분쯤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앞 의자에서 베트남 국적 A씨(31)가 갑자기 쓰러졌다는 신고를 받았다. 현장에 도착한 영종소방서 119구급대는 임신부로 추정되는 A씨가 복통을 호소해 인하대병원으로 이송하려고 했다.

그러나 인하대병원 측에서 “산부인과 수용이 어렵다”고 알려왔고, 인근 다른 병원 11곳도 환자를 받기 힘들다고 했다.

구급대는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 서울·경기 지역 병원을 알아봤으나 “임신 주수가 확인돼야 진료할 수 있다”는 답을 받았다. A씨는 인하대병원 앞에 도착한 상태로 구급차에서 계속 기다리다가 극심한 진통을 호소했고 양수가 터졌다.

소방대원들은 구급차 안에서 응급 분만을 준비했고, 신고 접수 2시간13분 만인 오후 2시33분쯤 구급차 안에서 무사히 남아를 받았다. 인천시 소방본부 관계자는 “산모와 신생아는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지하에 인하대병원이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의료센터와 공항소방대 등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는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장응급의료 실태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는 119구급대가 의료기관의 수용 거부로 병원을 전전하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응급환자의 치료 지연에 대한 책임이 구급대에 전가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구급대원들은 큰 자괴감과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몸과 마음에 상처만 쌓여가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종수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서울소방지부장은 “지난해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을 담은 성명을 발표해 많이 보도됐지만, 여전히 119구급대원은 직접 병원에 전화를 걸며 병원 뺑뺑이를 돌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있었던 베트남 임신부의 구급차 내 출산 사례를 언급하며 “이것이 현재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민낯이고 의료 선진국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의료 대란 이후 응급실 뺑뺑이가 30% 이상 늘었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근본적 해결책 마련은커녕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하다”고 했다.

소방노조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기 위해 병원 응급의료 능력 평가를 강화하고, 평가에 119구급대 환자 수용 및 이송률을 반영해야 한다고 했다. 정확한 병원 정보를 119구급대에 제공하고 병원정보시스템에 수용 불가 사유를 명확히 표시할 것, 119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 병원 선정 시 강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권한을 부여할 것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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