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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파면 뒤에 ‘계몽시민’이 해야 할 일

“저는 계몽되었습니다.”

윤석열 변호를 맡아서 ‘계엄령’을 ‘계몽령’이라고 한 김계리 변호사가 헌법재판소 최종변론에서 한 말이다. 그 뒤에 시민들은 유행처럼 이 말을 패러디했다.

그런데, 계몽이라니? 김계리 변호사는 역사에 등장한 ‘계몽주의’ 다음에는 무엇이 있었는지 알고 있을까? 계몽주의 시기에 계몽된 시민들은 시민혁명의 주체가 되어 중세와는 다른 근대를 열었다. 엄격한 신분제 사회를 부정하고,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는 생각으로 바꾸는 것. 그것이 계몽이었다. 한마디로 왕과 귀족이나 평민들이 모두 평등하다는 급진적 사고로 계몽하는 일이었다. 결국 김계리 변호사는 단어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그는 반동을 말할 뿐이다.

그들의 세계는 계몽이 아니라 반동

극우 집회에서 횡행하는 언어의 오염은 ‘계몽’만이 아니다. 전광훈 목사가 외치는 ‘국민저항권’도 마찬가지다. 저항권은 인권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세계인권선언 전문은 저항권을 “폭정과 억압에 대항하는 마지막 수단”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전광훈 목사는 야당과 야당 대표, 선관위를 저항권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부터가 문제다. 지금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윤석열·김건희 세력과는 일체가 되어 있다. 더욱이 근대국가 이후 정설로 확립된 정교분리의 원칙은 걷어차고 정치에 깊숙이 개입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는 자가 쓸 언어는 아니다. 광기의 선동에 쓰면 안 되는 단어다.

실제 극우 집회장에 가면 그들이 쓰는 언어가 너무 험해서 잠시라도 있기가 힘들다. 목사와 예비역 장성이라는 사람들이 단상에 올라가 “(상대방을) 밟아, 밟아!” 외치면 무대 아래에서는 “죽여, 죽여!” 하고 받으면서 아멘을 외친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면서 ‘멸공’과 ‘중국 간첩을 섬멸하자’는 등 섬뜩한 구호들이 난무하는 그곳에 예수님의 사랑이 들어설 자리는 애초부터 없다. 우리는 분단 이래 우리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敵)인 ‘빨갱이’이므로 죽여도 좋다는 이분법에 사로잡혀 살아왔다. 이런 이분법의 세계에서는 늘 새로운 ‘빨갱이’를 찾아내 공격한다. 오늘은 중국 간첩이 되었을 뿐이다. 이건 계몽이 아니라 반동일 뿐이다.

지난 15일 진짜 ‘계몽시민’ 100만명이 광화문 앞 도로를 가득 채웠다. 경복궁역에서 안국역까지 인산인해였다. 내란 우두머리인 윤석열이 석방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자꾸 미뤄지니 불안해서 나온 사람들이다. 이곳에서는 혐오와 차별, 증오의 언어는 찾을 수 없다. 너무 격이 다르다. 품위 있는 발언들이 이어진다. 그러면서 헌법 수호 의지를 드러내고,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절제된 언어로 표현한다.

시민혁명은 평등주의를 지향해야

그곳 광장 사람들은 비상행동의 공동의장이든 야당의 당대표나 원내대표든 모두 길바닥에 깔판 놓고 같이 앉아 있다. 거기에는 위계가 없다. 이 모든 게 세종대로를 메운 광기의 대오와는 다르다. 긴 대오 속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행동이 보인다. 대오 옆에는 천막들이 들어서 있다. 이곳 천막들에서는 무료로 음료와 음식을 나눈다. ‘태극기’ 부대에서 넘어와 이곳에서 음식을 먹고 가는 노인들도 보인다. 그들이라고 내치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이 참계몽시민이다. 윤석열 탄핵 다음 시민혁명에 나서야 할 주체들이다.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혁명 이전에 역사에서 시민혁명이 있었다. 시민혁명을 통해 근대 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낸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피로 세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역사도 다르지 않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시민혁명은 평등주의를 지향해야 한다. 불평등과 차별이 너무 심화돼 있기 때문이다.

만약 탄핵이 기각된다면, 세상은 윤석열 파쇼의 나라가 될 것이다. 인권과 자유는 질식할 것이다. 노상원의 수첩에 적힌 이른바 ‘수거 계획’이 실행될 것이다. 윤석열과 김건희에게 찍힌 정치인들부터 수거될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사라질 것이다. 내란에 동조하는 국민의힘은 나치당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니 그들도 저항의 대상이 된다. 미국의 히틀러 연구자 벤저민 카터 헷은 “나중에 태어난 우리에게는 당시 독일인보다 유리한 점이 한 가지 있다. 그들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의 사례를 참고해 저항해야 한다. 그것도 계몽시민의 몫이다. 부디 그런 저항의 길을 가지 않아도 되는 헌재의 결정이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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