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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할 용기

‘딸깍’. 새끼손톱만 한 유심이 슬롯에 장착돼 이제 막 포장을 뜯은 새 휴대폰 안으로 이식됐다. 목적지는 하와이. 2주간의 장기 휴가를 앞두고 이제 겨우 짐싸기를 마친 새벽 3시였다. 공항으로 떠나기 전 급하게 휴대폰을 교체한 이유는 10년 가까이 써온 이전 휴대폰이 사진 한 장 찍을 여유 공간 없이 포화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와이 풍경을 마음껏 찍을 새 휴대폰도 생겼겠다, 위풍당당하게 비행기에 몸을 싣고 비행모드를 켰다. 앞으로 닥칠 혼란을 모른 채 말이다.

하와이에 도착해 휴대폰을 살펴보던 나는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감지했다. 평소 같으면 휴대폰 전원을 켜기가 무섭게 울려대던 알림창이 조용한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새로 옮겨둔 휴대폰 속 어플들의 로그인 정보가 모두 초기화되어 있었다. “비밀번호가 뭐였지? 내 계정은 무사할까?” 사태를 파악하자 식은땀이 났다.

비싼 돈을 주고 예약한 호텔 창밖에는 반짝이는 와이키키 해변과 드넓은 태평양 바다가 넘실대고 있지만 나의 휴가와는 별개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온라인 세상과 단절됐다는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스마트폰과 씨름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SNS 중독이었다는 것을.

내가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한 건 지난해 매거진L팀으로 부서이동을 한 이후부터였다. 트렌드를 주요 아이템으로 삼는 피처기자에게 중요한 일과가 됐다.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그 대세가 진짜인지 아닌지 모른 채 따라가게 됐다는 점이다. ‘요즘 필수템’이라길래 산 신상 운동화는 나만 신고 있었고 SNS에서 핫하다는 카페는 막상 가보면 음료보다 인테리어가 전부였다. 모두 SNS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지만 편리하게 손안에 쥐는 도파민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2024년 9월 기준 국내 모바일 앱 이용자들의 인스타그램 사용 시간은 총 3억7893만 시간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1%나 증가했다.

생각해보면 스마트폰과 SNS가 등장하기 전에도 사람들은 충분히 트렌디했다. 1990년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NBA 농구화가 인싸템이었고, 2000년대에는 MP3 플레이어만 있어도 최신 음악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었다. 유행은 항상 학교, 친구, 지역 커뮤니티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누가 정해준 것이 아니라, 우리끼리 ‘이거 재밌다’라고 공감하며 생겨난 문화였다. 디지털 시대에도 오프라인 트렌드는 여전히 살아 있다. 우리 동네 단골집이 인스타그램 맛집보다 만족스러운 경우가 많고, 친구가 직접 추천한 책이 유튜브 광고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진짜 유행은 알고리즘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 모두 스마트폰을 집어던지자는 얘기가 아니다. 가끔은 로그아웃할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2주 동안 강제 로그아웃된 상태로 지내면서 깨달았다. SNS에서 빠져나와도 여전히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누가 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나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알고리즘이 정해준 유행을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말이다. 스마트폰 화면 속 세상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면 진짜 나만의 유행이 보이기 시작한다.

노정연 매거진L팀 차장

노정연 매거진L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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