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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의 역사를 기억하는 큰 나무

상주 판곡리 낙화담 소나무

상주 판곡리 낙화담 소나무

경북 상주시 화동면 판곡리에는 ‘낙화담(落花潭)’이라는, 따스한 봄볕에 어울릴 듯한 낭만적 이름의 연못이 있다. 연못 가운데에 지은 인공섬에는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연못은 고작해야 330㎡ 규모이지만, 처음에는 5000㎡를 넘었다고 한다. 마을 입향조가 이 땅에 약한 물의 기운을 보태기 위해 연못을 짓고, 풍치를 돋우기 위해 가운데에 섬을 쌓은 뒤에 심은 나무라고 한다.

낙화담이라는 이름은 마을의 한 많은 내력이 보태지며 붙었다. 임진왜란 때 상주에 ‘북천전투’라 불리는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 이 전투에서는 특히 이 마을 출신의 김준신 장군이 왜적을 물리치는 전공을 크게 세웠다. 그러나 김 장군이 순직하자 일본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군대가 마을에 쳐들어와 행패를 놓았다.

이때 마을 아낙들은 적군에 의해 몸을 더럽히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연못에 몸을 던졌다. ‘꽃 지듯 몸을 던진 여인들’을 기억하며 지어진 이름이 ‘낙화담’이다. 지금으로는 짐작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아주 큰 연못이었음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참사를 겪은 사람들은 모두 세상을 떠났고, 잔혹의 기억마저 희미해진 마을에서 옛일을 기억하는 건 한 그루의 소나무뿐이다. 온 가지를 땅으로 늘어뜨리며 기품 있게 자라는 처진 소나무다. 연못의 풍치를 한껏 돋우며 나뭇가지를 풍성하게 늘어뜨린 생김생김이 볼수록 정겹고 아름답다. 사람들은 이 소나무를 마을의 수호목으로 소중히 여기며 보호해 왔다.

세월의 더께를 안은 채 나무는 13m 높이로 자랐다. 가슴높이 둘레도 2m를 넘는다. 600년 세월 동안 이 마을에서 살림살이를 이어온 후손들의 지극정성이 지켜온 결과다. 마침내 나무는 2004년에 경상북도 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사람의 향기를 머금고 서 있는 ‘상주 판곡리 낙화담 소나무’는 이제 잔혹의 역사를 넘어서 평화의 역사를 기록하는 나무로 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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