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차관, 북측과 일정 ‘의견 교환’
지난해 김정은 모스크바 초청한 푸틴
북한 경제·보건대표단 전날 러시아행
다방면 교류 심화하며 양국 밀착 강화
주북 러대사 “우크라전 첫 지지” 사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6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했다. 타스통신|연합뉴스
북한 경제·보건 분야 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한다. 러시아 외무부 대표단이 북한을 찾은 데 이어 북한 측도 러시아로 향하며 다방면 협력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앞서 북·러는 ‘최고위급 접촉’ 일정을 논의하며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경제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17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밝혔다. 윤정호 대외경제상은 ‘북·러 정부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경제공동위원회) 북한 측 위원장이다.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북한 정부경제대표단이 다양한 실무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발굴하고자 여러 러시아 기업들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 평양에서 열린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11차 회의에서 다뤄진 사안을 이행하기 위한 논의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북·러 경제공동위원회 11차 회의차 북한을 찾은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러시아 천연자원부 장관을 만났다. 당시 북·러는 동력과 농업, 과학기술, 교육, 보건, 관광 등 분야의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통신에 따르면 전설룡 보건성 부상(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보건성 실무대표단도 러시아 방문을 위해 전날 평양을 출발했다. 군사·외교·안보 분야뿐 아니라 경제·보건·농업 등 여러 방면에서 두 나라 협력이 가속화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윤정호 대외경제상(왼쪽)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경제대표단이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지난 17일 평양을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전날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북·러 경제적 및 문화적 협조에 관한 협정’ 체결 76주년을 기념해 연회를 열었다. 북한 측에서 승정규 문화상, 김정규 외무성 부상, 류은해 대외경제성 부상, 리창식 교육성 부상 등이 참석했다.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 따르면 마체고라 대사는 연설에서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처음 지지한 나라였다며 “위기의 순간에 우리가 믿음직하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되어준 데 대하여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라고 사의를 표했다.
북한 경제·보건 대표단이 방러길에 오른 날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을 단장으로 한 러시아 외무부 대표단도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루덴코 차관은 지난 15일 최선희 외무상과 만나고 김정규 외무성 부상과 회담했다.
북·러는 루덴코 차관 방북 기간 김정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무부는 전날 성명에서 “고위급 및 최고위급 정치 접촉 일정을 포함해 양자 관계 발전의 현안에 대해 철저히 의견을 교환했다”며 “지난해 6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국빈 방문했을 때 합의한 사항들을 이행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루덴코 차관의 방북 결과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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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북·러 정상은 2023년 9월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와 지난해 6월 평양에서 두 차례 회담했다. 푸틴 대통령은 평양 정상회담 뒤 김 위원장에게 모스크바 방문을 요청했다. 현재 양국이 추가 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하며 추진하는 단계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러시아 외무부의 ‘북·러 최고위급 접촉 일정 논의’ 발표에 대해 “러시아와 북한 간 중요한 협의들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