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류준열(왼쪽부터), 신현빈, 연상호 감독, 신민재가 18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에서 열린 넷플릭스 ‘계시록’ 제작보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좀비 바이러스가 열차에 퍼지고(영화 <부산행>), 지옥에서 온 사자(使者)들이 갑자기 인간 세상에 출몰하는(드라마 <지옥>) 초현실적 세계관을 흥미롭게 펼쳐냈던 감독 연상호가 이번엔 지극히 한국적이고 사실적인 영화 <계시록>으로 돌아온다.
오는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영화 <계시록>은 실종 사건의 범인을 단죄하는 것이 신의 계시라 믿는 목사 성민찬(류준열)과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신현빈)가 각자의 믿음을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갓 출소한 전과자 권양래(신민재)가 우연히 성민찬의 교회에 방문하며 극은 시작된다. 지난 2022년 최규석 작가(작화)와 연상호 감독(스토리)이 연재한 동명의 만화를 영화화했다.

오는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되는 영화 <계시록> 한 장면. 목사 성민찬(류준열)의 교회에 우연히 갓 출소한 전과자 권양래(신민재)가 방문하며 극이 전개된다. 넷플릭스 제공
연 감독은 18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계시록> 제작보고회에서 “인디(독립)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부터 갖고 있던 제 색깔을 정리한 ‘응축판’ 같은 영화”라고 자신했다. 전작들과 달리 판타지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면서도, 저마다의 이유로 궁지에 몰린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내리는지’가 극을 긴장감 있게 끌어간다는 점에서 연 감독의 색이 드러난다.
<계시록>의 주요 배경은 교회다. 연출진과 출연자들은 ‘한국의 교회’를 잘 표현하기 위해 공력을 다했다고 한다. 성민찬 역의 배우 류준열은 직접 주변 목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현실감 있는 기도문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현실적인 얘기다보니 기도가 진짜 같았으면 하는 마음에 아는 목사님께 녹음까지도 부탁드렸다”고 했다. 이연희 역의 배우 신현빈은 “교회 이름 넣은 물티슈와 같이 화면에 보이지 않는 작은 소품까지, 디테일한 세트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고 했다.

넷플릭스 영화 <계시록>에서 배우 신현빈은 죽은 동생의 환영에 시달리는 실종 사건 담당 형사 이연희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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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시록>은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쿠아론 감독이 먼저 연 감독에게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연락을 해왔다고 한다. 연 감독은 “장르성이 짙은 전작들보다 한국적인 면이 많은 <계시록>이 세계적으로 통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였는데, 쿠아론 감독이 오히려 ‘단순히 한국적인 얘기가 아닌 보편적인 얘기’라고 힘을 주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연 감독은 <계시록>을 “자신이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인물들이 겪는 파멸과 구원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 마디로 정의했다. 그는 “지금까지 제가 만든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시다면, <계시록> 한 편을 보면 될 정도”라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영화 <계시록>의 주요 배경은 교회다.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