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랙백 한 장면.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캐슬린(케이트 블란쳇)과 조지(마이클 패스벤더)는 화끈한듯 쿨한 커플이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속삭이지만, 서로에게 모든 걸 털어놓지는 않는다. 두 사람은 부부이기 이전에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 요원이기 때문이다. 한창 대화를 하다가도 임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부부는 “그건 블랙백(검은 가방)”이라며 선을 긋는다. 각진 검정 ‘007 가방’이 은밀한 요원의 상징이듯, 블랙백은 ‘극비’라는 뜻의 은어로 쓰인다.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신작 <블랙백>은 철두철미한 요원 조지가 내부 배신자를 색출해내는 일주일을 따라간다. 수천 명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기밀 기술을 빼돌린 용의자는 총 5명. 문제는 그중 유력한 용의자가 아내, 캐슬린이라는 것이다.
캐슬린은 범인일까, 아닐까. 조지는 그를 의심할까, 믿을까. 캐슬린이 범인이 맞다면 조지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포커페이스에 능한 조지의 속내는 관객도 알 수 없다. 소더버그 감독은 조지와 용의자들 사이의 심리전을 세련되게 그려낸다.
아주 현실적인 첩보물이 펼쳐진다. 조지네 집 식탁, 거짓말 탐지기가 설치된 사무실 등 평범한 배경에서 속고 속이는 대화가 꼬리를 문다. 정보 요원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이들은 ‘슈퍼히어로’가 아닌 조금 특별한 일을 하는 직장인들로 묘사된다.
<블랙백>은 로맨스물이기도 하다. 각본가 데이비드 켑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자료 조사를 하던 중 한 여성 정보 요원으로부터 “직업 특성상 누군가와 연애를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라는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초안을 작성했다고 한다. 이 모티브처럼 영화는 ‘배우자가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를 사랑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을 관객 스스로 던지게 한다. 케이트 블란쳇과 마이클 패스벤더라는 우아하고도 매력적인 배우들의 조합은 ‘저런 사랑도 가능하지 않겠나’ 납득하게 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오는 19일 개봉.
- 문화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