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개의 정족수 3인’을 규정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방통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방송의 공정성을 훼손시키는 이진숙 방통위원장 폭주도 그대로 이어지게 됐다.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2인 방통위는 위법’이란 법원 지적도 외면하는 거부권 행사는 법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최 권한대행은 18일 방통위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성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방통위 상임위원 5인을 대통령 지명 2인, 국회 추천 3인(여당 1인, 야당 2인)으로 구성하는데, 전체회의를 상임위원 3인 이상이 출석하도록 요건을 강화하면 야당의 추천 거부로 방통위 운영을 정지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최 대행은 ‘국회가 추천한 후보를 30일 이내에 임명하지 않으면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에는 “대통령의 임명권을 실질적으로 침해해 ‘권력분립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다”고 했다. 헌재가 “국회 권한 침해”라며 위헌으로 결정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차일피일 미루는 최 대행이 거부권 행사 이유로 권력분립과 위헌성을 들먹이는 것 자체가 모순투성이다.
지금의 방통위 2인 체제는 권력의 공영방송 장악을 밀어붙이기 위해 가동된 점에서 탈법적이고, 언론 자유를 규정한 헌법에 위배된다. 대통령 윤석열은 2023년 8월 이동관씨를 위원장에 임명하면서도 그 이전 야당이 추천한 최민희 상임위원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았다. 이후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으로 이어진 ‘2인 체제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을 의결하며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런 방통위 결정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난 14일 대법원은 ‘2인 체제’에서 임명한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신임 이사진은 본안 판결까지 임기를 시작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1·2심에서부터 지적된 방통위 2인 체제 위법성을 확정판결한 셈이다.
이진숙 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 체제 방통위는 지금도 공영방송 장악 안건들을 밀어붙이고 있다. EBS 후임 사장으로 이 위원장과 MBC에서 함께 일했던 신동호 이사 ‘내정설’이 돌고 있고, KBS 감사로는 보도 공정성 훼손으로 지탄받았던 정지환 전 KBS 보도국장을 임명했다. 정권이 끝나기 전 ‘알박기 인사’ 속도전이라도 벌이겠다는 것인가.
윤석열의 헌재 탄핵심판 후에는 조기 대선이 열릴 수도 있다. 이 비상시국에 정부도 정쟁과 민주주의 후퇴를 부추길 편법 조치는 자중해야 한다. 최 대행과 이 위원장은 더 이상의 법 무시와 일탈적 행태로 국정·인사 혼선을 키우지 말고, 2인 방통위의 공영방송 장악을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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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