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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 설립자 묘소 참배시키고…체험학습 때 이사장 손자 돌보게 한 사학

서울교육청, 환일중 감사…입학식서 군대식 거수경례도

“고등학생 전체 일어섯! 교장선생님께 대하여 경례!”

지난 4일 서울 중구 환일중·고등학교 입학식에서 학생들이 학교장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경천”이라고 외쳤다. 교장도 이 학교 교육정신 중 하나인 “경천”으로 답하며 경례했다.

환일중·고교에서 공식행사 때 학생들에게 거수경례를 시키는 등 군사독재 시절 문화에서 비롯된 권위주의적 의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학교의 사학법인은 학생과 교사들을 설립자 묘소 참배에 동원하거나 법인 이사장의 손자를 학교 체험학습에 동참시키는 등 학교를 사적으로 운영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18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환일고 부장급 교사들은 워크숍이나 연수 등 명목으로 재단 설립자 묘소를 참배해왔다. 헌화할 꽃은 교사들이 돈을 모아 마련했다고 한다. 환일중·고 학생들도 진로동아리나 ‘사제동행 라이딩’ 등 활동으로 참배에 동행했다고 한다.

이정철 환일고 교장은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교사들이 참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교장은 “설립자의 교육이념에 따라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며 “소중한 일터를 준 학교이기 때문에 저는 설립자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해 (참배) 가고 있다”고 말했다. 환일중·고는 기독교 교육정신을 내세우는 사학법인 운화학원이 운영하고 있다. 환일고는 설립자를 추모하는 ‘추모예배’도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은 환일중 감사 결과 이사장이 학교 체험학습 등에 자신의 손자를 동행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운화학원 이사장은 재단 설립자의 딸인 김은미씨가 맡고 있다.

서울시중부교육지원청의 ‘환일중 종합감사 결과보고’를 보면 환일중 교사들은 지난해 김 이사장의 요청으로 학교 현장체험학습에 이사장의 어린 손자를 여러 차례 데리고 갔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상체험 시간에 이사장 손자와 보트체험을 하거나 제주도 체험학습 때 숙소에서 이사장 손자를 직접 업고 다녀야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사장 손자의 보트체험을 위해 3명의 교사가 학생 인솔에 대한 주의(의무)를 방기했다”며 “여러 현장학습에서 이사장 손자 돌봄을 위해 학생 인솔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운화학원은 교직원 4대 보험 등에 대한 법정 부담금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환일고는 2021년과 2023년 법정 부담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았으며, 2022년에는 2000만원만 납부해 부담률이 5%에 불과했다. 환일중은 3년 연속 납부액 0원이었다. 학생들에게 특정 종교활동을 강요한 사실도 있다. 서울시교육청 감사 결과 환일중이 대체교육 없이 수업시간이나 조회시간에 예배활동을 하고 추수감사절에 헌금을 걷은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해 지난 2월부터 환일고에 대한 감사를 진행 중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사장 외유 등의 이유로 감사가 이달이 지나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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