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전쟁을 시작하면서 한국도 영향을 받는 상황이 되었다. 반도체와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멕시코, 캐나다 등에 매긴 관세 역시 우리에게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전까지 이들 국가에서 미국으로 들어가는 제품에 대해서 미국이 거의 관세를 매기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기업들이 제조 공장과 판매법인을 미국과 가까운 멕시코와 캐나다에 많이 만들었다. 전략적으로 국외법인 설립을 많이 했던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관세가 부과되면 대미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정부부채 규모가 5경(약 35조달러)이 넘는데도 트럼프는 자국 내 감세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으니 향후 부족해질 세수를 메꾸려면 높은 관세 부과는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또한 트럼프 입장에서는 관세로 수입품 가격이 올라가면 미국 소비자가 값이 싼 자국 제품을 선호하게 될 테니 미국 제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수입제품의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고 다시 소비침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어떤 일이 펼쳐질지는 불확실하다. 급등락을 반복하는 미국 주가지수나 가상자산 시세가 이를 암시하는 듯하다.
우리나라같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 입장에서는 관세로 입을 타격이 얼마나 커질지 걱정이다. 삼성전자 매출액의 86%, 현대차 매출 83%가 해외에서 발생한다. 반도체, 자동차뿐만 아니라 2차전지, 전자제품, 철강, 석유, 화학, 조선 등 대부분의 제조업 매출액을 살펴보면 내수보다 수출이 훨씬 크다.
수출 국가를 대륙별로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 비중이 가장 높다. 삼성전자는 매출액의 38%가 미주에서, 15%가 중국에서 나온다. 삼성SDI, 포스코, LG화학 등 주요 대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미국과 중국이 주요 수출 거래국임을 알 수 있다. 이들 기업이 잘돼야만 우리나라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있지만 이들 기업의 뒷단에 있는 소재, 부품, 장비 등 기업이 더 많고 거기에 속한 구성원이 훨씬 많기 때문에 그렇다.
현대차와 기아의 구성원 수를 합치면 10만8000명 정도인데 4600여개 자동차 부품사에서 근무하는 직원 수는 24만명이 넘는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와 SK하이닉스 직원 수가 11만명 정도인데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 직종 근무자 수는 28만명이 넘는다. 관세 부과로 수출이 감소하면 대기업들도 문제지만 후방 기업들에 충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마진이 줄면 비용 절감을 위해 많은 인력을 줄이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미국 관세도 문제지만 극우세력의 혐중 발언이 너무 강해지고 있다는 것도 큰일이다. 미국만큼 수출 비중도 크고 수입도 많이 하는 중요 교역국인데 여기마저 반중 정서로 수출이 감소하면 우리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전기차나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추월당하고 있는 상황이라 우리 경제가 녹록지 않은데 말이다.
우리나라는 작은 내수 시장만으로는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 국가들과의 외교, 무역이 매우 중요하다. 미국과는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만큼 협상을 잘해야 할 것이고 중국과는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 서로 윈윈해야 한다.

박동흠 회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