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은 유럽에 새로운 지정학적 도전과 경제적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경한 거래주의와 일방주의를 기반으로 한 대외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이는 유럽연합과의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위협한다. 특히 무역과 안보 측면에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은 유럽을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다. 첫 번째 임기 동안 그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약화하고 무역전쟁을 벌인 경험이 있는 만큼 트럼프 2.0의 유럽 정책은 더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무역전쟁을 벌였다. 그의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관세를 협상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최근에는 유럽산 자동차 및 기타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 경제의 핵심 산업을 정조준한 조치다. 유럽연합은 이에 맞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 남미 무역 블록, 멕시코, 인도 등과의 무역협정을 적극 추진해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충격을 완화하려 한다. 유럽이 기존의 협력적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강경한 대응을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까지는 유럽연합의 신속한 보복 조치에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관세로 맞불을 놓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어 미국·유럽 간 무역전쟁은 쉽게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안보 측면에서도 유럽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나토를 불공정한 협정으로 간주하고 나토에 대한 미국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나토의 국방비를 충분히 지출하지 않아 미국이 그 부담을 너무 크게 짊어지고 있음을 비판하며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방위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최근 그의 우크라이나 정책은 오래 유지해온 유럽·미국 간 안보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단순한 경제적 거래의 일부로 간주하며 이를 보장하기 위한 대가로 우크라이나에 광물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또한 미국은 최근 유엔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반대하며 러시아·북한·벨라루스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는 유럽 국가들과 함께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미국의 외교정책이 크게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은 의도치 않게 유럽연합의 자립 노력을 촉진하고 있다. 유럽은 더 이상 미국의 지원과 보호 아래 안보를 유지할 수 없으며, 독자적인 경제 및 안보 전략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독일의 신임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가 “유럽은 독자적인 안보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트럼프의 방식은 강압적이고 일방적이다. 유럽연합도 트럼프의 첫 임기 때와 달리 이번에는 그의 방식에 맞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끝없는 무역전쟁과 안보 불확실성은 유럽과 미국 모두에, 특히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큰 손실을 초래할 것이다. 트럼프가 원하는 건 ‘거래’이고, 유럽연합이 원하는 건 ‘안정’이다. 이 두 가지 목표가 어디서 교차할지가 향후 유럽·미국 관계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