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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러운 군주와 어지러운 나라

[송혁기의 책상물림]어지러운 군주와 어지러운 나라

모든 게 멈췄다. 민생도, 의료도, 외교도, 교육도, 기술경쟁력도, 어디 하나 막히지 않은 곳이 없다. 그동안 얼마나 애써서 싹틔워 보듬고 키워온 것들인데, 이렇게 동시에 총체적으로 주저앉혀지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다. 일부는 저성장 고령화로 접어들며 어느 정도 예견된 위기이고 책임을 특정할 수 없는 복합적인 난제들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하나하나 조심스레 풀어나가야 하는 시점이었다. 그러나 독선과 아집에 가득 찬 통치자가 마치 그 모든 일의 선악과 시비를 쾌도난마로 가를 수 있기라도 한 듯이 계엄이라는 황당무계한 카드를 내던진 순간, 그나마 해결 가능성조차 모조리 막혀 버리고 대한민국은 동맥경화의 마비 상태가 되고 말았다.

겸청제명(兼聽齊明)해야 모든 일이 막히지 않고 적시에 잘 처리된다고 했다. 여러 의견을 치우침 없이 두루 듣고 전체의 사정에 공평하게 밝아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군주가 그런 덕목을 갖춘다면 보지 않아도 보이고 듣지 않아도 들리며 생각하지 않아도 알고 움직이지 않아도 이루어, 그저 우두커니 홀로 앉아 있기만 해도 천하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따르는 경지에 이른다. 순자(荀子)가 그린 최고의 정치다.

2000여년 전의 책에서 오늘의 해법을 찾는다는 건 무모한 일이다. 그럼에도 민주공화국의 법과 제도가 뿌리부터 유린되고 있는 오늘 다시, “난군(亂君)은 있어도 난국(亂國)은 없고 치인(治人)은 있어도 치법(治法)은 없다”라는 말의 의미를 곱씹는다.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군주가 있을 뿐이지 저절로 어지러워지는 나라는 없으며, 나라를 안정시키는 것은 유능한 사람에게 달려 있지 법이 갖추어졌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순자는 이 전제에서 출발하여 인재 등용과 자원 활용을 통해 민생을 개선하는 현실적 대안을 논하였다.

헌법재판소 결정을 앞두고 사회 구성원 간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 불화의 골을 복구하려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지, 매우 우려스럽다. 그러나 살아내기 위해서라도 기본과 원칙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계속해서 분열을 조장한다면 공멸에 이르고 말 것이다. 동맥경화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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