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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은 필수인가

최근 주요 관심사가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다. 워낙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지만, 노후에 잘 지내기 위해서는 근육량을 최대한 늘려놓는 것이 필수다. 나이 들어 근육량이 1㎏ 더 있으면 노쇠를 막아주고, 그 가치가 무려 1300만원이라는 연구도 있다. 바람과 달리 열심히 하는데도 늘지 않는 게 문제였다. 무게를 더 늘리고 횟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해야 근육이 찢어지면서 근육량이 느는 데 효과적이라고 트레이너는 말한다. 조언을 따라 운동량을 늘리니 온몸이 아프지만 운동 효과가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다. 그러나 고통이 사라지면 이제 무게를 늘려야 할 때다. 이건 끝이 나지 않을 시시포스의 언덕 같아 한숨이 나온다.

운동을 싫어하는 아저씨는, 좋은 변화는 꼭 고통이 수반되어야만 하느냐는 근본적 의문을 품고 다이어트로 시선을 돌려보았다. 위고비가 출시됐다. 운동이나 식단관리 없이도 체중이 빠지는 기적의 약이다. 한 달에 수십만원의 비용이 들지만 기꺼이 그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사람이 많다. 실제 감량의 효과를 보고 만세를 부르는 사람을 보고 있다. 그러나 드는 생각은 ‘이렇게 빼는 것은 반칙’이라는 것. 그리고 지속 가능하지 않을 테고, 약을 중단하면 이전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차라리 시작을 말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생긴다.

요한 하리는 무절제한 식습관 등으로 비만 체형이 된 지 오래고, 당뇨병까지 생긴 바람에 위고비를 9개월간 맞았던 경험과 조사와 인터뷰를 한 내용을 엮어 <매직필>이란 책을 썼다. 식단관리나 운동을 시도하다 번번이 실패하고, 빡빡한 단식원에 갔다가 기겁하고 퇴소했던 그는 처음으로 너무나 쉽게 체중 감량을 경험한다. 식욕이 떨어지고,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대사가 변화한 덕분에 혈당까지 떨어진다. 몸이 가벼워지고 나니 운동을 할 기운이 생기고 자연히 컨디션도 좋아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좌절과 실패로 점철됐던 인생에서 처음으로 낙관과 희망을 본 것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은 찜찜했다고 고백한다.

“고통 없는 다이어트는 반칙이야.”

간절히 바라고 오래 고통스럽게 노력을 하며 의지력으로 해내야 진짜이지, 치트키로 게임 레벨을 올리는 것 같은 다이어트는 속임수일 뿐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비만을 조장하는 가공식품으로 가득 차 있고 스트레스를 조장하는 세상이 근본적 원인인데, 나만 바뀌는 게 무슨 소용인가라는 저널리스트적 회의까지 올라왔다. 이 고민에 그는 ‘내 삶은 하나뿐이고, 오늘을 당장 살아야 한다’고 정리한다. 쉽고 효과적인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 사람도 있다. 실패를 반복하고 포기하며 자학하기보다 되는 길을 찾아서 일단 건강을 되찾는 것이 그 사람 개인에게는 더 중요하다. 사회의 변화를 기다리기에 내 인생은 무엇보다 짧다.

이건 우울증 치료에서도 마찬가지다. 정신치료를 받는 것을 더 나은 치료법으로 보고, 사회가 우울증을 만들어내니 세상이 먼저 변해야 한다 여긴다. 그러나 우울증을 앓는 사람은 한 명이고 그의 인생은 짧다. 우울증에서 회복되는 방법은 여럿이고 무엇이 좋고 나쁘고는 없다. 제대로 된 정신치료는 최소 주 2회,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 3시간 이상을 들여 숨기고 싶던 내면이 들춰지는 고통을 감내하는 몇년을 보내야 한다. 반면 사람에 따라 한두 알의 약물로 몇주 안에 심하던 우울이 견딜 만해지는 효과를 만날 수 있다. 이때도 고통 없는 변화는 반칙이라는 저항이 올 만하다.

진정한 변화는 고통이 필수옵션이라는 믿음에서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모든 개인의 선택에는 나름의 사정과 경험이 녹아 있으니까. 중요한 결정에 앞서 내 인생은 하나고, 남은 시간은 유한하고, 고통 없는 변화가 반칙은 아니라는 것,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정리하며 운동도 무리는 하지 말자 다짐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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