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팟+터뷰] “정치권 안팎에서 주목해 볼 만한 인물을 짧지만 깊이 있고 신속하게 인터뷰하는 코너입니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민감국가·SCL)에 올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비등한 독자 핵무장론이 원인으로 지목되자 외교부는 지난 17일 ‘외교정책적 문제가 아닌 보안 문제’라고 밝혔다.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 연구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반출하려다 적발됐고, 이 과정에서 ‘외국 정부’와의 소통이 있었다는 에너지부 감사관실 보고서 내용도 공개됐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근거도 없이 핵무장론을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들고나왔다고 주장했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주러시아대사를 지낸 외교 전문가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술 취한 사람의 뜻은 술에 있지 않다(취옹지의부재주·본심은 다른 곳에 있다)”는 중국 옛말을 인용하며 동맹국을 사전 통보도 없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미국의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처럼 단순 보안 문제로 사안을 축소 해석해서는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진다는 취지다. 위 의원은 “핵확산 요주국인 한국에 대한 우려가 보안 문제로, 민감국가 지정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위 의원과의 일문일답.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보안 문제라는 외교부 입장이 나왔다. 야권에서 제기한 핵무장론은 원인이 아닌 건가.
“직접적 이유는 보안 문제인 것 같다. 의문은 해당 연구원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라를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민감국가 지정 요건에 핵확산이 있다. 그 연장선에서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 한국은 핵확산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대통령, 국방부 장관, 여당 지도자가 그런 주장을 하고 (국민의) 핵보유 지지율이 70%다. 미국이 평소 한국에 갖고 있던 우려가 이번 조치로까지 이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오히려 이상한 해석은 ‘이게 다 이재명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안 문제 배경에 국가 전반에 비등한 핵무장론이 있다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이재명이 있다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후자는) 설득력이 없지 않나.”
- 원자로 설계 반출을 조사한 미 에너지부 감사관실이 언급한 ‘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인가.
“한국 정부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 수사 중이기 때문에 외국 정부라고 표현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한국 선교사가 간첩 혐의로 체포됐을 때도 외국 정부라고 표현했다.”
- 외교부는 이번 사태가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국은 한국에 일종의 징벌적 행위를 가했으니까 우리 듣기 좋으라고 자꾸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 전 세계 25개국만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은 특수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동맹국 중 유일하게 포함됐으면 그 의미를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된다.”
- 민감국가 지정 후 두 달간 정부가 알지 못했다. 외교부, 국가정보원 등 전반적인 정보 실패다.
“즉각 알기 어려울 수는 있다. 기간이 꽤 경과했는데도 몰랐다는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더 문제인 것은 언론이 사실을 알렸는데도 파악을 못하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것이다.”
-비공식 실무 차원에서도 몰랐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간다.
“(지난해부터) 과학자들이 미국과 협의가 좀 까다로워진다는 소문은 있었다. 그때는 나도 흘려들었다. 과학계 중심으로 그런 신호가 있었지만 관련 부처, 외교부는 파악하지 못했다. 미 에너지부 내에서도 정보 관련 부서에서 진행한 일이어서, 우리가 통상 접촉하는 측에선 몰랐을 수도 있겠다.”
-지정 철회가 가능한 것인가. 다음달 발효 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지금 (정부가) 하는 걸로 봐선 지정 철회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의 ‘협력에 지장없다’는 말은 이미 지정을 전제로 하는 말이다. (민감국가 지정 상태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이를 단순 보안사고로 국한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중국에 ‘술 취한 사람의 뜻은 술에 있지 않다’는 유명한 말이 있다.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 이번 일로 한·미 동맹은 약화한 것인가.
“한·미 동맹 전반에 타격이 왔다기보다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약간 신뢰가 손상된 것으로 보는 게 맞겠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문제를 향후 관세 협상 등에서 카드로 활용할까.
“이미 지정됐기 때문에 협상 카드로서의 의미는 적어졌다. 이 조치가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다른 조치와 연계된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국이) 유럽 등 다른 선진국 과학기술 기관과 협업하는데 (한국을 경계하려는) 유사한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한국의 정보 탈취를 조심해야 한다는 경계심이 생길 수 있다고 본다.”
- 조기 대선이 현실화한다면 새 정부는 변화된 국제 환경에서 외교를 펼쳐야 한다.
“한·미 간 이슈는 무역, 방산, 방위비 등 다양하다. 각 영역을 넘어서는 거래를 염두에 둬야 한다. 가령 무역이면 무역 안에서만 주고받는 게 아니라 무역, 방산, 방위비를 모두 한 테이블에 올려놓고 하는 거래 방식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한국이 ‘패싱’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과거와 달리 한국이 북·미 회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전망이 없다. 그 우려를 완화하려면 한국과 미국 사이에 좋은 협의 메커니즘이 작동해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의 주문이 미국에 반영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와 그 일을 잘해 나가는 것이 차기 정부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