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집값 상승세 확산을 막기 위해 토지거래허가제 재지정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달 12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해제를 발표한 지 35일 만이다. 오 시장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지만, 졸속 행정이 부른 정책 신뢰 하락과 시장 불안은 ‘급한 불’이 됐다.
정부와 서울시는 19일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아파트 2200여곳, 총 110.65㎢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해제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을 재지정하고, 강남3구와 용산까지 확대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특정 구역·동이 아닌 구 단위로 한꺼번에 지정한 건 처음이다. 토허제 해제가 불붙인 서울·수도권 집값 상승을 잡기 위해 서둘러 고강도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쏘아올린 공’이 부동산시장을 들쑤신 결과가 참담하다.
오 시장은 이날 토허제 해제 당시는 가격 급등기가 아니었다고 했지만 변명에 불과하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동향을 보면, 설 연휴 뒤 2월 첫째주 서울 집값은 5주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전 집값이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오 시장이 지난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적극 검토’를 시사한 후 강남3구 집값이 뛰기 시작한 결과였다. 토허제 해제 발표 때도 집값 자극 우려가 나왔지만 “언제라도 재지정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며 밀어붙였다. 토허제 해제·지정이 그리 즉흥적으로 이뤄질 일인가. 오 시장은 해제 논의를 국토부와만 했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을 자극할 유동성 움직임은 간과한 것이다. 정확하고 입체적인 시장 상황 진단도, 파급효과 예측도 모두 실패한 ‘정책 참사’라 할 만하다.
오 시장에게는 서민·자영업의 고통이 큰 경기 침체·소비 부진 시점에 부동산 규제 완화가 그렇게 시급한 과제였나.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지정일로부터 1년마다 심의·재지정해 시장 추이를 보며 당초 예정된 6월에 해도 늦지 않았다. 이에 부동산시장에선 조기 대선을 겨냥한 오 시장의 ‘강남권 표심 잡기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백번 양보해 오 시장 해명처럼 자유시장에 대한 신념에서 나온 정책이라도 시기와 방식은 치밀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개발 공약으로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정치인들은 이번 ‘오쏘공’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선거 앞의 선무당식 정책은 사회적 평지풍파와 후유증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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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가운데)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오른쪽) 등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관련 관계 기관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문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