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이 지식서비스 무역에서 만성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악, 게임 등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관련 수출이 늘고 있지만 연구·개발(R&D) 발주, 경영 자문 등으로 해외 기업에 지출한 비용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적자 규모는 빠르게 주는 추세다.
한국은행이 19일 공개한 ‘지식서비스 무역통계 편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지식서비스 적자는 72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식서비스 무역 통계는 주로 지식·정보를 기반으로 생산되고 디지털 형태로 거래되면서 성장 잠재력이 큰 서비스 무역 현황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이번에 처음 집계·발표됐다. 이 통계는 지식재산권 사용료, 정보·통신 서비스, 문화·여가 서비스, 전문·사업 서비스 등 4대 분야를 포함한다.
결과를 보면 정보·통신(+27억6000만달러)과 문화·여가(+8억7000만달러) 서비스에서는 흑자를 냈지만, 지식재산권 사용료(-33억4000만달러)와 전문·사업(-75억5000만달러) 서비스에선 적자를 냈다.
구체적으로 정보·통신 서비스 중 정보기술(IT) 개발·운영에서 11억9000만달러, 정보제공·플랫폼 부문에서 15억6000만달러 흑자였다. 예를 들어 한국 기업이 해외 기업 클라우드 구축에 참여하면 IT 개발·운영 관련 지식서비스 수출로, 한국이 생산하는 스마트폰에 외국 프로그램을 기본 탑재하고 받은 대가는 정보제공·플랫폼 관련 수출로 각각 잡힌다.
문화·여가 서비스의 경우 멀티미디어 제작, 공연·전시 관련 수지가 각 4억9000만달러, 3억4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멀티미디어 제작 수출은 한국 제작사가 해외 OTT 회사에 드라마를 제작·납품한 경우 등을 말한다. 국내 아이돌 가수가 해외에서 콘서트를 열어 벌어들인 수입은 공연·전시 지식서비스 수출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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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식재산권 사용료 중 상표·프랜차이즈권(-11억8000만달러), 컴퓨터·모바일 소프트웨어(-17억2000만달러) 등에서는 적자를 봤다. 전문·사업서비스 중 R&D 부문의 적자 규모도 51억4000만달러였다. 한국 제조업체가 외국 회사에 전문 R&D를 발주하면서 쌓인 적자다. 법률·회계, 경영 컨설팅 관련 지식서비스 적자도 각 10억1000만달러, 6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해외 로펌·투자은행 등에 법률 자문이나 M&A 자문을 많이 의뢰했다는 뜻이다.
김성준 한은 국제수지팀장은 “아직 지식서비스 적자 상태지만, 2010년 127억7000만달러였던 적자 규모는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라며 “2010년 이후 지식서비스 각 부문의 연평균 수출 증가율이 ICT(정보통신기술) 서비스 산업 15.6%, 콘텐츠 산업 16%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