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에 가담해 재판받고 있는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계엄 당일 부하 간부에게 “KBS에서 간첩죄 관련 보도를 할 것”이라며 “방첩사 차원에서 기사 자료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 선포 배경으로 언급했던 ‘야당의 간첩죄 법률 개정 방해’ 등과 관련해 군이 나서서 ‘언론 작업’을 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해 12월 한 방첩사 간부를 불러 조사하는 과정에서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당일 김대우 방첩사 방첩수사단장에게 ‘KBS에서 간첩죄와 관련한 보도를 할 것이다. 우리가 소스를 줘야 한다’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간부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단장에게 “방첩사가 외사 사건으로 기소한 사례를 정리해서 참고 자료로 언론에 주자”고 했다고 검찰에 말했다.
김 단장은 관련 자료를 작성해 언론 대응을 담당하던 정성우 당시 방첩사 1처장에게 전달했고, 정 전 처장의 지시에 따라 내용을 일부 수정해 여 전 사령관에게 문자메시지로 바로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첩사 간부는 이 자료 내용에 대해 “간첩죄 범위를 확대하는 이슈”라고 진술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간첩죄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2일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반대하면서 법안 통과가 미뤄지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왔다. 비상계엄에서 핵심 역할을 한 여 전 사령관이 이 자료를 KBS에 전달하도록 해 계엄을 정당화하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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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이 자료를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계획을 미리 알았기 때문에 관련 보도가 나오도록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노조는 “사측이 계엄방송 사전 준비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내란정권, 반란군과 내통하고 있었다는 의혹을 더한 것”이라며 “사측은 당시 ‘간첩보도’와 관련해 내통한 자를 조사로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