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20~30대 여성에 임대…73명 보증금 떼여
2023년부터 경찰서마다 피해 신고…“늑장 수사”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오피스텔을 대거 매입한 뒤 60억여 원의 전세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는 부산시 전 고위 공무원이 법정에 서게 됐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등 혐의로 A씨(70대)를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9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임차인 73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각 7000만~1억3500만원씩을 받아 총 62억원 상당을 받아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부산 금정구, 동래구, 연제구, 부산진구, 사상구, 북구에 있는 공동주택 9개 건물, 73실을 갭투자 방식으로 매입했다. A씨의 건물에 세든 임차인은 주로 사회 초년생인 20대 중후반~30대 초중반의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A씨는 담보채무와 보증금이 건물가격을 초과하는 소위 ‘깡통 건물’에 임차인을 들인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막기 하는 방식으로 임대업을 운영해왔다. 사실상 자기 돈으로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없음에도 계속해서 전세 계약을 체결해온 셈이다.
전세사기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정부가 전세대출을 규제하면서 A씨 소유 건물의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서 세입자의 모집이 어려워졌고, 결국 A씨는 보증금반환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그는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내가 갖고 있는 건물이 많다”며 재력을 과시하고, 고위 공무원 출신임을 내세우며 임차인을 안심시켰던 것으로 경찰조사 결과 확인됐다.
특히 A씨는 지난 2021년 11월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워지자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하기까지 했다. 그는 보증금 1억2600만원의 오피스텔 전세 임대차계약서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임차료 60만 원의 월세 임대차계약서로 위조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같은 방식으로 건물 2개동 60실의 임대차계약서를 위조해 건물에 대한 담보가치를 높이는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47억8000만원 상당의 사기 대출을 받은 사실도 추가로 확인됐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전세자금 대출을 통해 보증금을 마련하면서 현재 보증금은 되돌려 받지 못한 채 대출 채무만 떠안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사건을 맡은 경찰의 늑장수사 지적도 나오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난 2023년 6월부터 관할 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1년 2개월이 지난 지난해 8월에서야 시작됐다. 사건 접수에서부터 송치까지는 약 1년 9개월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