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지법 “죄책 매우 중해…엄중한 처벌 불가피”

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30대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강원 화천군 북한강에 유기한 양광준(모자 착용)이 지난해 11월 춘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부대에 근무하던 30대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북한강 상류에 유기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전직 군 장교 양광준(39)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20일 살인, 사체손괴, 사체은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양광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광준은 재판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양씨가 살해 계획을 세워 증거인멸까지 한 점을 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가장 근본적이고 절대적인 것”이라며 “살해 방법이 매우 잔혹하고, 범행 후 피해자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는 등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문”이라며 “사회와 격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판단돼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피해자의 모친은 “왜 딸이 죽었는지 모르겠다”며 “(사건 이후로) 모든 게 다 그대로 멈추고 죽어가고 있다. (재판부에서) 우리 아이가 너무 억울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중령 진급 예정자였던 양광준은 지난해 10월 25일 오후 3시쯤 경기도 과천시의 모 군부대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 안에서 임기제 군무원인 A씨(33)와 말다툼을 벌이다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했다. 시신을 철거공사가 진행 중인 인근 공사장으로 옮겨 훼손한 뒤 이튿날 강원 화천군 북한강 상류에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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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그는 범행 이후 A씨의 휴대전화로 피해자 가족과 지인, 직장 등에 문자를 보내는 등 A씨가 살해당한 사실을 은폐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신을 유기하러 이동할 때는 차량 번호판을 위조해 추적을 피하려 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건 이후 양광준은 군 당국으로부터 ‘파면’ 징계처분을 받았다.
강원경찰청은 지난해 11월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된 양광준의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 등을 공개했다. 2010년 4월 신상정보 공개 제도 도입 이후 군인 신분의 피의자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은 양씨가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