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혼인이 전년보다 15% 가까이 늘어나면서 54년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건수로도 1년 사이 2만9000건 가량 늘면서 27년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30대 초반 인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를 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2412건으로 1년 전보다 2만8755건 증가했다. 증가 폭은 1996년 후 27년 만에 최대, 증가율(14.8%)만 따지면 197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높다. 건수로 보면 2019년(23만9159건) 이후 5년 만에 가장 많았다.
혼인건수는 2012년부터 11년 연속 줄면서 2021년(19만2507건) 20만 건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2022년에 19만1690건으로 최저치를 찍고, 2023년(19만3657건) 반등한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은 혼인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로 매년 70만명씩 태어난 현재 30대 초반 인구를 들었다. 일반적으로 결혼을 많이 하는 30~34세 인구(주민등록상)는 2020년 313만1000명에서 올해 342만6000명으로 늘었다. 1991년 출생아는 70만9000명으로 1990년 출생아보다 약 6만명 많이 태어났고, 1995년까지 쭉 70만명대를 유지하다 1996년 출생아(현 29세)부터 다시 60만명대로 줄어든다.
실제로 나이별 혼인 건수는 남녀 모두 30대 초반에서 전년 대비 가장 많이 늘었다. 30~34세 여성의 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를 보여주는 혼인율이 지난해 51.9건으로 2023년(42.7건)보다 크게 늘었다. 30~34세 남성 혼인율도 같은 지난해 48.3건으로 전년(40.1건)보다 증가했다.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이 진행된 기저효과도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혼인은 코로나 펜데믹 당시인 2020년에 전년대비 10.7%, 2021년엔 9.8% 감소했다.

결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사회조사 2024’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비중은 52.5%로 2년 전보다 2.5%포인트 증가했다. 여기에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과 지자체의 혼인장려금 등 정책 효과도 혼인율 증가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박현정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상황을 봐야겠지만 앞으로 이 증가세가 어느 정도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3.9세, 여자 31.6세로 전년보다 남자는 0.1세 하락, 여자는 0.1세 상승했다. 혼인 남녀 간 나이 차는 2.3세로 줄었다. 초혼 부부 중 여자 연상인 경우는 19.9%로 1년 전보다 0.5%포인트 올라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박 과장은 “남성은 30대 초반 결혼이 크게 늘면서 1990년 통계 집계 이래 두 번째로 초혼 연령이 감소했고, 여성은 경제활동과 학업 등으로 계속해서 결혼 연령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9만1000건으로 전년 대비 1.3% 감소했다. 이혼율은 남성은 40대 후반, 여성은 40대 초반에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