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비 대납 정자법 위반 혐의
오세훈 서울시장이 20일 ‘명태균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보폭을 넓혀오던 오 시장의 대권 가도에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이날 서울시청의 오 시장 집무실과 비서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관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여론조사 비용 대납 정치자금법 위반 고발 사건과 관련한 압수수색”이라고 밝혔다.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압수수색 범위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전후한 2021년 1월1일부터 4월30일까지, 그리고 명태균 게이트가 불거졌을 무렵인 지난해 9월1일부터 지금까지 생성·송수신된 여론조사 관련 자료, PC, 오 시장이 과거부터 쓴 휴대전화 8개 등이다.
오 시장은 간부회의에서 “명태균 수사를 마무리 짓기 위한 마지막 수순”이라며 “별것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 “수사 마무리 수순일 뿐”…검, 소환 조사 방침
오 시장이 받는 혐의는 그가 명태균씨 측으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아 활용하고 후원자가 비용을 대납했다는 의혹이다.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는 미래한국연구소(미한연)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오 시장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했다. 검찰 수사 결과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는 그해 2월 5차례에 걸쳐 총 3300만원을 명씨 측에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가 오 시장 여론조사비를 대납했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 오 시장이 김씨 돈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면 33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받고도 숨긴 셈이 된다. 검찰은 미한연 회계책임자 강혜경씨와 소장 김태열씨로부터 3300만원이 “오 시장 여론조사 비용”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보고되지 않았고, 명씨가 터무니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오 시장과 명씨가 여러 차례 만났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명씨와 미한연 관계자들을 조사하면서 오 시장과 명씨가 직접 통화했다는 복수의 진술도 받았다. 오 시장이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울로 빨리 오라”고 말하거나 “선거법 위반 때문에 여론조사비를 직접 못 주니 김한정씨에게 여론조사비 2000만원을 빌리러 간다”고 말했다는 것이 검찰이 받은 진술의 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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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시장은 이날 “명태균이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는 무자격 불법 업체”라며 “무자격 업체는 공표, 미공표 여론조사를 불문하고 (조사를) 할 자격이 없다. 따라서 거기에 정치자금을 지출하는 것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김한정씨를 압수수색한 뒤 3차례 추가 소환조사를 하면서 관련 증거와 진술을 확보했다. 강 전 부시장과 김병민 정무부시장, 이창근 전 대변인, 박찬구 정무특보 등 서울시 관계자 조사도 마쳤다. 검찰은 오 시장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명씨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홍준표 대구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등으로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