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일 경남 산청에서 산불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문재원 기자
전국 곳곳에서 대형 산불이 잇따르는 가운데 수령이 900년에 이르는 은행나무도 피해를 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국가유산청과 경남 하동군 등에 따르면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하동 옥종면 일부로 확산하면서 경상남도 기념물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불에 탔다. 중간 가지 일부는 남아 있으나 피해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피해 상황은 추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두양리의 은행나무는 고려시대 강민첨 장군(963∼1021)이 심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민첨은 진주향교에서 공부하다가 하동으로 와서 조상의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
두양리 은행나무는 높이 27m, 둘레는 9.3m이다. 나이는 900년 정도로 추정되며, 1983년 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포털에 공개된 안내판 설명에 따르면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에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드리면 바라는 것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다.
강민첨 장군을 모신 사당인 하동 옥종면의 두방재도 산불 피해를 입었다. 경남도 문화유산자료인 두방재는 지난 22일 부속 건물 2채가 전소됐다. 강원도에 있는 국가지정 명승 ‘백운산 칠족령’ 지정 구역 일부도 이번 산불로 소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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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산불로 인한 국가유산 피해는 두양리 은행나무, 옥종면 두방재 부속 건물, 백운산 칠족령 지정 구역 등 이날 오후 5시 기준으로 총 3건이다. 국가유산 자체 피해가 2건, 주변 피해가 1건이다. 지역별로는 경남 2건, 강원 1건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산불이 발생한 지역 주변 피해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피해가 발생한 국가유산은 응급 복구 계획을 세우고 긴급 보수비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