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강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 곧 곱고 여린 연둣빛 잎새들이 나뭇가지를 뚫고 올라와 샛강은 초록의 쉼터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봄, 딸이 샛강생태공원에서 웨딩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첫 커플이라고 들었습니다. 여의도와 신길동을 잇는 샛강다리에 서면 샛강 공원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딸이 출근길, 햇살이 퍼지는 샛강 숲을 보고는 가까운 곳에 보석을 두고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여의도로 이사 온 지 5년이 되어갑니다. 샛강생태공원을 마당 삼아 사는 즐거움이 참 큽니다. 샛강은 정말 잘 관리된 자연 그대로의 생태공원입니다. 관리된 곳이 어떻게 자연 그대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습니다. “꾸안꾸 자연!” 제가 샛강에 붙여준 별명입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아름다운 곳이니까요.
서울시가 오랫동안 그냥 내버려두었던 샛강은 가시박, 환삼덩굴 등 생태교란 식물로 뒤덮인 쓰레기 범벅의 땅이었습니다. 6년 전 이곳에 한 시민단체가 둥지를 틀고 활동을 시작합니다. 가시박과 환삼덩굴을 제거하고 쓰레기를 치웠습니다. 뜻을 같이하는 시민들이 모이고 따뜻한 공동체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덕에 저는 혼란이 정리된 아름다운 생태공원을 접할 수 있었던 겁니다.
이 “꾸안꾸 자연” 뒤에는 많은 정성과 노력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됐습니다. 저도 이 단체에 가입했고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삶이 풍요로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행복은 샛강이 있는 한 계속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서울시 안의 한강 생태공원은 모두 다섯 군데입니다. 그동안 다섯 시민단체가 하나씩 민간위탁을 받아 생태공원을 관리해왔습니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맡아 6년간 관리를 해왔습니다. 3년에 한 번씩 새롭게 민간위탁기관 선정 심사가 이루어지는데 이번에는 개별모집을 하지 않고 한강 남측 3개, 북측 2개 이렇게 두 권역으로 나눠 모집공고를 했다고 합니다. 심사의 주체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입니다.
모두 한 단체가 협상 1순위자로 선정됐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4월부터는 이 단체가 서울시의 모든 한강 생태공원을 위탁 관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단체는 생태공원 관리 경험이 전혀 없는 곳이고, 숲 해설사를 양성하는 기관에 가깝습니다.
이번 심사에서는 공원 관리 항목은 배점이 없었고 시행할 프로그램 중심으로 심사를 했습니다. 관리가 안 된 공원에서 숲 해설이라니요? 물론 새로 맡은 업체가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잘해온 단체를 굳이 몰아내고 불확실성이 가득한 단체에 한강 생태공원을 모두 맡긴다는 건 도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결정의 기저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그레이트 한강’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미래한강본부는 오 시장의 한강 관련 정책을 수행하는 조직이니까요. 하지만 진정 ‘위대한 한강’을 위해서는 한강 생태공원이 제대로 관리되는 것이 기본일 겁니다. 자연의 생태가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회복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그 결과는 서울시민들이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걸까요? 한강 생태공원이 건강해야 한강도 건강하고 서울시민도 행복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정성후 전 MBC 시사교양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