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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사실보다는 ‘언론 신뢰 회복’이 먼저다

지난 5일 창간 105주년 기념식에서 조선일보 방정오 사장은 “‘우리는 사실과 팩트의 편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양상훈 주필은 13일자 칼럼에서 “언론이 ‘사실로 위장한 거짓’과 싸우는 일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며 그래도 “역사와 나라를 움직이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썼다. 조선일보만이 아니라, 거짓과 음모론이 판을 치고 진영으로 편 나눔이 더욱 격렬해지면서 언론들이 날로 부대끼고 있다.

사실만을 추적하고 취재해 보도하겠다는 천명은 언론이냐 아니냐를 가름하는 핵심 기준이다. 하지만 그것은 필요조건은 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신문윤리실천요강 제3조 보도준칙은 “보도기사(해설기사 포함)를 작성할 때 사안의 전모를 충실하게 전달함을 원칙으로 하며, 출처 및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사회정의와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진실을 적극적으로 추적, 보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의혹 등에 관련한 내용이 들어 있는 명태균씨의 USB를 전달받고도 보도하지 않고 침묵했다. 사건의 전모를 숨기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살 만하다. 독자와 시민들이 수긍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 아무리 사실의 중요성을 강조해봤자 그 진정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사실 전달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진실이라는 사건의 전모를 구성하는 조각들이다. 그중 중요한 조각이 빠지면 전모는 가려지거나 왜곡되기 때문이다. 보도준칙 제3조 1항 “편견이나 이기적 동기로 보도기사를 고르거나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으면 신뢰는 무너진다.

언론은 사실이라는 여러 재료들로 사안의 실체를 구성하고 전달한다. 어떠한 사실들을 선택하고 외면하느냐 그리고 키우거나 줄이느냐에 따라 언론이 그려내는 현실의 모습은 전혀 달라질 수 있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에서 강조한 것처럼 언론은 지향점에 따라 논조나 보도의 경향성을 가질 수 있다. 언론이 지향하는 가치나 이념에 따라 논조나 아이템의 선택, 사실에 대한 관점과 해석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마다 다양한 의견과 시각이 자유롭게 표현되어 사회적인 논쟁과 토론을 거치고 여론 논의는 더욱 풍성해지면서 민주적 여론 다양성은 실현되고 민주주의의 기반은 튼실해지기 때문이다. 경계가 좀 애매하긴 하지만 정파적인 논조와 보도까지도 어느 정도 허용된다. 하지만 그것은 악의적 왜곡이거나 실체의 호도에 가까운 사실들의 자의적 구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 세계적 현상이긴 하지만 언론은 거짓과의 힘겨운 싸움에 신발 끈을 더욱 단단히 동여매야 한다. 양 주필의 지적대로 “거짓이 더 그럴듯해지고, 더 대담해지고 있고, 거짓이라도 믿고 싶어 하는 군중의 규모가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구현되는 실질적 공간인 공론장이 민주적으로, 합리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할 책무가 언론에 있다. 거짓과 궤변이 공론장을 침탈하지 못하게 막고 실체를 밝혀 공론장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몇몇 언론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는 부정선거론 등에 대해 여러 언론이 확인과 검증에 나섰던 것은 필요하고도 당연했다. 의심과 불신을 싹틔우는 건 순식간이지만 음모론에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벗어나기 어렵다. 사회 구석구석에 잠복해 있다가 틈만 나면 되살아나올 만큼 끈질기기도 하다.

거짓과의 싸움에서 언론의 무기이자 백신은 신뢰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으면 사실 보도를 아무리 강조해봤자 신심 없이 입으로만 외는 헛된 염불처럼 들린다. 비록 더디더라도 저널리즘 원칙에 대한 성찰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 이유다.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정연우 경향신문 독자위원장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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