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의성 등 축구장 1만810개 면적 피해 …국가유산 3건 불타
정부, 재난사태 선포…최상목 “특별교부세 26억원 긴급 지원”

산등성이마다 ‘검은 흉터’ 경북 의성군 괴산리에서 성묘객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할퀴고 간 상처가 23일 발화지점 일대 야산에 검게 퍼져 있다. 주말 동안 경남 산청과 울산 울주 등 전국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했으며, 산청군에서 진화 작업 중이던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의성 |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지난 21일부터 전국에서 약 50건의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진화 작업을 하던 대원 등 4명이 숨지고, 주민 1988명이 대피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 탓에 2~3일간 산불이 지속되며 주택 수십동이 전소됐다. | 관련기사 2면
23일 오후 9시 기준 경남 산청 시천면·김해 한림면, 경북 의성 안계·안평면, 울산 울주 온양읍 등 5곳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벌였다. 산청 시천면과 의성 안평면, 울주 온양읍에는 화재 대응 3단계가, 김해 한림면에는 대응 2단계가 발령됐다.
산청 산불은 21일 오후 3시26분쯤 발생해 사흘째 이어졌다. 진화대원 3명과 공무원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의성 산불은 지난 22일 오전 11시25분쯤, 울산 울주 산불은 같은 날 낮 12시12분쯤 발생했다. 3곳의 진화율은 이날 오후 6시 기준 60~72%로 불길이 완전히 잡히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전국에서 주택 90동이 전소됐고, 20동이 일부 피해를 입었다. 산림 피해도 막심해 축구장 약 1만810개 면적과 맞먹는 7729㏊가 불에 탔다. 중앙선 고속도로 안동분기점이 전면 차단되는 등 도로 통행과 열차 운행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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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기념물로 수령 900년으로 추정되는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 등 국가유산 3건도 불에 탔다.
정부는 22일 오후 6시 울산, 경남·북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난사태가 선포된 울산, 경남·북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26억원을 긴급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수도권, 강원·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 산불 경계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28일까지 전국에 강풍이 예보돼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이한경 중대본 차장은 “입산과 성묘 시 화기 소지와 영농 부산물 소각, 담뱃불 및 화목보일러 재 투기 등을 금해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