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보호사들 “300만명 자격증…처우 좋아지면 일할 것”
외국인 유치 대책에 회의적…돌봄 시장 저임금 고착화 우려
정부가 최근 요양보호사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력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요양보호사들이 현장을 떠나는 원인을 제대로 짚지 못하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요양보호사의 노동 환경 및 처우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외국인력을 도입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5일 열린 ‘제30차 외국인정책위원회’에서 2028년까지 약 11만6000명의 요양보호사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 전문 연수 과정을 신설하고,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지역 우수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지정해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지난 20일 현직 요양보호사 3명을 만나 정부 대책의 문제점과 대안을 들었다.
요양보호사들은 정부 정책이 진단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국내 요양보호사 자격증 취득자는 300만명이지만 실제로 일하는 인원은 70만명에 그친다. 요양보호사 평균 연령은 61.7세로 대부분 여성이다. 오랜 기간 일해도 급여는 계속 최저임금 수준이고,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방문 요양보호사인 양복순씨는 “정부의 외국인 요양보호사 도입 발표에는 요양보호사가 왜 부족한지에 대한 원인 분석이 없다”며 “처우가 좋아지면 일할 사람은 자연히 늘어난다”고 말했다.
양씨는 처우 개선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것은 돌봄노동 시장의 저임금 구조를 고착화할 우려가 크다고 했다. 그는 “내국인도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떠나는데, 외국인이라고 오랜 기간 버티며 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돌봄노동은 정서적 친밀감과 라포(상호 신뢰 관계) 형성이 중요한데, 외국인들과는 관계를 형성하는 게 더 힘들 수 있다”고 했다.
2019년부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에서 일했던 노우정 전국돌봄서비스노동조합 서울지부장은 지난해 시설이 문 닫으면서 정리해고됐다. 서사원은 서울시 출연기관이었지만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원조례를 폐지하고, 서울시가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문을 닫았다.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그들을 거리로 내몬 셈이다. 노 지부장은 “정부가 앞장서서 서사원 같은 공공기관을 없애놓고 요양보호사가 부족하다고 한다”며 “우리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현장을 지켰는데, 이제는 버틸 힘이 고갈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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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그만두는 요양보호사가 늘면서 현장에 남은 요양보호사의 노동 강도가 세지는 악순환이 펼쳐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서울요양원에서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선미경씨는 시설에서 요양보호사 1인당 어르신을 최소 8명에서 최대 16명 돌봐야 한다고 했다. 근무시간 중에 주어지는 휴게시간은 거의 없고, 식사도 15분 안팎에 마쳐야 한다고 했다.
요양보호사들의 의견을 정부에 개진할 소통 창구마저 변변치 않은 것도 문제다. 그간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인사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가입자, 공급자 등 이해 관계자가 참여하는 정부 기구인 장기요양위원회에 위원으로 참가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배제된 상태다. 선씨는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서울시 등을 돌며 이야기해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