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원자재 부담 이유로 잇단 인상
“탄핵정국이라지만 선두업계 자제해야”
라면은 물론 만두, 과자, 맥주, 커피까지 시민들의 주요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식품업계는 고환율 및 수입 원자재 부담을 호소하지만, 탄핵정국 장기화로 인한 컨트롤타워 부재가 근본 원인이란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투썸플레이스는 오는 26일부터 대표 제품인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 등 케이크와 커피, 음료 등 58종의 가격을 평균 4.9% 올린다고 24일 밝혔다. 매일유업도 다음달부터 컵커피, 치즈, 두유 등 51개 제품의 가격을 평균 8.9% 인상한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 1월부터 일부 커피 가격을 200∼300원을 올렸고, 폴바셋·할리스커피도 일부 음료를 200~400원 인상했다. 저가 커피 브랜드인 컴포즈커피와 더벤티 역시 아이스아메리카노 가격을 200원씩 올렸고, 네스프레소는 캡슐 커피 값을 11.8% 인상했다.
커피뿐만 아니라 라면과 과자, 만두 등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 먹거리 가격도 오름세다. 농심은 지난 17일부터 신라면, 새우깡 등 17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오뚜기는 진라면을 10.3% 올리는 등 16개 품목의 가격을 다음달부터 평균 7.5% 인상한다. 오뚜기는 앞서 카레·짜장 분말, 스프 등을 12% 인상했고 컵밥 7종, 옛날 사골곰탕 등을 12.5∼20% 올렸다.

연합뉴스
만두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은 이달 들어 비비고 만두 20여종과 스팸 가격을 평균 9.8% 올렸고, 동원F&B는 냉동만두 15종 가격을 평균 5% 인상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가격도 들썩였다. 롯데웰푸드는 빼빼로와 아이스크림 등 26종의 제품을 평균 9.5% 인상했고, 빙그레는 더위사냥과 붕어싸만코 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빵과 케이크 110여종의 가격을 5% 인상했고, SPC그룹 계열 삼립도 포켓몬빵을 100원 인상했다.

투썸플레이스 홈페이지 캡쳐
맥주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오비맥주는 다음달부터 카스 500㎖ 캔 제품을 제외한 국산 맥주 출고가를 평균 2.9% 올리고, 롯데아사히주류는 이미 아사히의 출고가를 8~20%까지 인상했다.
패스트푸드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맥도날드는 20개 메뉴 가격을 100∼300원씩 인상하는 등 평균 2.3% 올렸고 경쟁사인 버거킹은 대표 메뉴인 와퍼 가격을 1.4% 올렸다.
식품업계는 원·달러 환율 상승과 이상기후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라 불가피하게 가격을 조정했다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라면, 음료 등에 사용되는 밀, 팜유, 설탕 등 국제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고환율 속에서 물류비와 인건비 인상 등을 더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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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각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식품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탄핵정국이 마무리된다고 해도 당분간은 가격 인상 러시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일상적인 업무조차 손을 놓고 있는 분위기”라며 “식품업계 1~2위 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외칠 것이 아니라 국민 식생활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가격 인상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식품 가격을 올린 업체들. 각 업체 취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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