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이틀째인 23일 안평면 옥련사 인근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옥련사는 신라 흥덕왕때 덕운이 창건했다. 문재원 기자
지난 21~22일부터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경북 의성·경남 산청·울산 울주 등 세 지역의 대형산불(3단계)이 좀처럼 진화되지 못하고 있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가장 규모가 큰 의성 산불은 강풍을 타고 계속 확산되면서 안동시까지 번졌다. 정부는 의성·울주·경남 하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선포했다.
24일 산림청의 집계를 보면 오후 8시 기준 진화율은 의성이 60%, 산청이 85%, 울주 95%를 기록했다. 소방당국은 사나흘째 밤샘 진화를 이어갔지만 주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2일 안평면에서 발생한 의성 산불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중이다. 가용 자원과 인력을 총 동원해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강한 바람 앞에 역부족이다. 의성 지역에는 이날 초당 최대풍속 25m의 강한 남서풍이 불었다. 진화 중인데도 산불영향구역이 8490헥타르(㏊)로 확산돼 오전 6시 기준 6861㏊보다 1629㏊ 늘었다. 의성 산불의 범위만 축구장 1만1900개 면적에 달한다.
확산되던 산불은 오후 들어 인접한 안동시까지 번졌다. 의성군은 오후 2시34분 재난문자를 통해 “현재 산속에 있는 진화대원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의성읍 업1·2리, 옥산면 감계1·2리 등 관내 주민들은 물론 인접한 안동시 길안면 현하1·3리, 남선면 신흥리 등 일부 지역에도 대피명령이 내려졌다.
산불 확산으로 오전 6시 기준 65%였던 진화율은 오히려 60%로 떨어졌다. 의성 산불의 전체 화선 길이도 164㎞로 오전 6시(125.9㎞)보다 38.1㎞ 늘었다. 이 가운데 97.6㎞는 진화가 완료됐고, 나머지 66.4㎞에 대한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화선이 길어질수록 더 많은 인력과 장비 투입이 필요하다.
의성 산불로 고찰인 옥련사도 위험에 처했다. 옥련사는 신라 흥덕왕 때 창건된 후 임진왜란 때 소실돼 1605년에 다시 지어진 사찰이다. 경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비지정 유물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 대좌, 불화 괘불이 보관돼 있다. 산불 위험에 의성군은 이들 유물 3점을 조문국박물관으로 이동 조치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1교구 본사 조계사 소속 사찰인 석불사를 방호해달라는 요청도 소방당국에 들어왔다. 1971년 창건된 석불사는 산불 최초 발화지점인 안계면과 인접한 비안면 자락리에 자리잡고 있다. 고려시대 약사여래불인 석조여래좌상(경북 유형문화재 제 56호)이 법당굴에 있다.
그나마 산청·울주 산불 진화율이 다소 높아진건 희망적이다. 지난 21일 산청과 하동 두 지자체에 걸쳐 발생한 산청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전 6시 70%에서 85%로 높아졌다. 산불의 영향구역은 1553㏊(산청 924ha, 하동 629ha)로 오전 대비 소폭 늘었다. 같은 날 발생한 울주 산불도 진화율이 오전 66%에서 95%로 올랐다. 산불영향구역은 405㏊로 오전(278ha) 대비 100ha 이상 늘었다.
산림당국은 밤에는 방어선을 구축해 민가로 향하는 불길을 저지하고, 동이 트면 헬기로 주불을 진화하는 작업을 며칠째 반복하고 있다. 이날도 의성과 산청, 울주에 각각 헬기 60대, 36대, 15대를 투입했고, 동원된 인력도 6741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건조한 대기에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주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경북 지역에는 순간풍속 초당 15m 안팎의 강한 바람이 불고, 산지에는 순간풍속이 초당 25m 안팎에 달했다. 최고 25℃ 내외의 초여름 같은 고온에 건조한 대기도 악조건이다. 3단계 산불이 난 의성·산청·울주 등 세곳에는 모두 건조주의보가 내려져있다.
의성 산불 현장의 경우 안개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진화헬기 투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산불이 며칠 간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오후 9시 기준 집계를 보면 이번 전국 동시다발 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전국 15명이다. 산청에서 4명이 숨졌고, 산청과 울주, 옥천에서 산불진화대원과 주민, 소방공무원 등 11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 부상자 9명 중 5명은 중상자다. 산불을 피해 4650명(2123가구)이 주변 체육관 등지로 대피했다. 지금까지 주택 90채가 전소되는 등 주택과 창고, 사찰, 공장 등 건물 134개소가 피해를 봤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날 의성·울주, 경남 하동군 등 대형산불 발생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선포했다. 산청은 앞선 22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있다.
- 사회 많이 본 기사
행정안전부는 “이들 3개 지역을 추가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대규모 산림 소실과 이재민 발생 등 피해 규모가 커 정부 차원의 신속한 수습과 피해자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권한대행은 “산불 진화 인력의 안전 확보와 생활 터전을 잃으신 이재민분들의 불편 해소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정부는 산불 진화 완료 후 피해 수습과 복구에 대해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