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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가 아이돌

걸그룹 뉴진스(NJZ)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걸그룹 뉴진스(NJZ)가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의 심문기일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걸그룹 뉴진스가 지난 23일 잠정적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 이틀 전 서울중앙지법이 어도어의 ‘기획사 지위 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본안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시적이라곤 하지만, 그들의 반짝이는 재능은 당분간 보지 못하게 됐다.

뉴진스는 법원 판결 직후 ‘타임’과 인터뷰에서 “이게 한국의 현실일지 모른다”며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때 이미 활동 중단을 암시한 것인데, ‘혁명가’라는 말 속엔 표준전속계약으로 옥죄는 어도어와 K팝 산업이란 골리앗에 맞서는 의지가 담겼다.

계약 의무와 경영권 문제, 팬들에 대한 책임 등 뉴진스가 처한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 ‘타협하지 않는다’는 그들을 두고 설왕설래도 오간다. 하지만 주목할 것 하나는 그들의 ‘선택’이란 관점이다. 멤버 해린은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저희에게 꼭 필요한 선택”이라고 했다. 혜인은 “저희 스스로를 지키는 일이고 그래야만 더 단단해져서 돌아올 수 있다”고도 했다.

그들이 미래를 걸고 저항하는 마음은 무엇일까. 뉴진스 활동 중단이 그저 안쓰럽지만 않은 것은 바로 이 ‘선택’ 때문이다. 법을 존중하면서도 저항에 나선 그들에게서 존엄성을 희구하는 내면의 힘을 보게 된다. 그동안 일관됐던 ‘우리는 K팝의 부속품이 아니다’라는 선언이다. 그들은 지금 아티스트의 자기결정권은 무엇이고, 한계는 어디인가를 묻는다. 시작은 어른들 경영권 다툼이지만, 이제 그 분쟁에 희생되는 수동적 아이돌을 거부한 뉴진스의 도전이 됐다. 그들 앞은 하이브를 넘어 K팝 산업이라는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다. 그래서 이 도전의 결과는 K팝의 윤리성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아이돌이 거창하게 웬 혁명이냐고 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쿠바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는 “우리 모두 현실주의자가 되자, 그러나 가슴에 불가능한 꿈을 꾸자”고 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저항은) 자기 정신의 법칙에 따른 새 세계를 창조하려는 인간의 긍지에 찬 돈키호테적 반동”이라고 했다. 저항과 혁명의 조건은 ‘현실의 벽’이고, 동인은 참을 수 없는 ‘내면의 부름’이다. 뉴진스는 충분히 ‘혁명가’의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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