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품목별 아닌 무역적자 큰 국가에 부과” 관측
산업계, 백악관 접촉 시도에도 “예외 기대는 어려워”
내달 2일 부과 대상·세율 발표…즉시 발효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호관세는 품목이 아니라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가 큰 국가에 부과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대미 무역흑자 규모 8위인 한국도 상호관세 후보 국가라고 지목했다.
WSJ는 23일(현지시간) “이번 상호관세 조치는 애초 예상보다 더 표적화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2일이 미국에 “해방의 날”이 될 것이라며 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와 상호관세를 동시에 부과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이와 달리 품목별 관세는 뒤로 미뤄두고, 일단 국가에 초점을 맞춘 상호관세부터 적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WSJ는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과 무역 불균형이 심각한 소위 ‘더티(지저분한) 15’ 국가에 상호관세를 물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관측했다. 지난 18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더티 15 국가가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더티 15는 전체 국가의 15%가량에 불과하지만, 대미 무역에서 지속적인 흑자를 내는 국가를 일컫는다. 베선트 장관은 더티 15 명단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다.
WSJ는 이와 관련해 “상호관세 대상이 되는 국가는 지난달 연방 관보에서 미무역대표부(USTR)가 밝힌 국가와 유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미국의 주요 교역국들에 대해 수십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USTR은 지난달 20일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한 업계 의견을 요청하는 공고에서 한국을 포함해 중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인도, 베트남, 영국, 일본 등을 무역적자가 큰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액은 557억달러(약 82조원)로,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8번째로 무역적자액이 큰 교역국이다. 지난 17일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대표적 국가 중 하나로 한국을 거론하기도 했다. WSJ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경제 권한을 사용해 다음달 2일 관세 부과 대상과 세율을 발표하는 즉시 발효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관세 예외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백악관과 부문별 관세에 대해 논의했던 업계 관계자들은 예외 조항에 관해 작은 정보조차 얻어내기 어려웠다며 비관적 예측을 내놓았고, 한 관계자는 관세에 예외는 거의 없을 것이란 답을 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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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는 관세 예외가 가능할지 알아보기 위해 로비스트를 동원해 다방면으로 백악관과 접촉하고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하는 500대 기업을 대리하는 로비스트들이 백악관에 전화해 관세 면제 방법을 문의했고, 일부 로비스트들은 고객에게 직접 백악관이나 상무부 고위 관계자를 만나보라고 조언하고 있다. 불확실성 속에서 기다리느니 차라리 ‘매’를 빨리 맞는 게 낫겠다는 기업도 있다.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는 4월2일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많은 사람이 나에게 예외를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다. 그런데 한 명에게 해주면 모두에게 해줘야 한다”며 “유연성은 중요한 단어다. 때로는 유연성이 존재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상호적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