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출시 ‘국산 콘솔게임’
전 좌석 매진·관객 코스프레도
대형 스크린엔 게임 화면 재생
팬들 “게임과는 다른 몰입감”
팝업스토어 등 ‘IP 확장’ 활발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의 솔로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 2000여명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반도네온의 구슬픈 멜로디가 흐르는 무대 뒤편에 마련된 초대형 스크린에는 벨 에포크 시대(19세기 말~20세기 초 문화·예술 번성기) 프랑스의 예술거리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띄워졌다. 좌중을 단숨에 집중시킨 이 곡은 인기 액션역할수행게임(RPG) ‘P의 거짓’ OST(배경음악) ‘채리티 마켓’이다.

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는 ‘P의 거짓’ 오케스트라 콘서트가 열렸다. P의 거짓은 2023년 9월 네오위즈가 출시한 게임으로, 벨 에포크 시대를 배경으로 고전 <피노키오의 모험>을 재해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콘솔 게임의 불모지’라 불리는 한국에서 보기 드물게 출시된 이 게임은 높은 완성도로 국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20분간 이어진 공연에선 ‘필’ ‘패시네이션’ 등 P의 거짓에 등장하는 OST 총 35곡이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로 재현됐다. 음악이 바뀔 때마다 뒤 스크린엔 각기 다른 게임 속 화면이 나타났다. 마치 게임 속 도시 ‘크라트’에 들어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강력한 적과 만나는 순간에는 긴박한 분위기의 음악이, 낯선 구역을 탐험할 때는 아름답지만 긴장감이 도는 음악이 펼쳐졌다.

게임 출시 이후 처음 마련된 이날 공연은 전 좌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른바 ‘혼콘’을 즐기러 온 1인 관객부터 가족 단위까지 다양한 이들이 공연장을 찾았다. 게임 배경에 맞춰 벨 에포크 시대 의상을 입고 온 골수팬들도 있었다.

한국살이 10년차인 엘렌(30·미국)은 리본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검은색 제복 차림으로 공연을 즐겼다. P의 거짓의 팬이라는 그는 “오케스트라 연주로 게임할 때의 감정을 더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며 “게임할 때의 몰입감과는 또 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게임 OST 공연은 이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게임 OST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예술의 한 장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엔 게임 ‘니케’ OST 공연 ‘멜로디스 오브 빅토리’가, 지난해 11월 국내 최대 게임 전시회 지스타에선 ‘마비노기’ ‘메이플스토리’ 등 넥슨을 대표하는 게임들의 OST 오케스트라 공연이 성황리에 열렸다. 네오위즈 관계자는 “게임을 게임 밖 영역으로 확대해 콘서트, 팝업스토어와 같이 오프라인에서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공연이나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 행사 외에 게임 지식재산권(IP)의 경계 없는 확장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일본 세가를 대표하는 게임 ‘소닉’은 <수퍼 소닉> 시리즈로 영화화됐고, 닌텐도 ‘슈퍼 마리오’는 애니메이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2023)로 만들어져 세계적 흥행을 거뒀다.

반대로 인기 IP의 게임화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드라마보다 먼저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동명의 웹소설이 원작인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은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거머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