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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와 수양버들

연초에 일본 도쿄에 다녀왔다. 마침 클로드 모네 전시회가 열렸다. 게다가 전시회장은 르코르뷔지에가 설계한, 우에노 공원의 국립서양미술관이었다. 한 곳에서 세계적 대가의 혼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니, 이런 호재가 어디 있을까.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그 빛을 찾아 ‘방구석 화가’들을 바다로, 들로 내몰아 바깥바람을 쐬게 한 이가 모네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 풍광에 자신의 느낌과 감정을 담아 화폭에 옮겼다. 중년에 그는 노르망디 지방의 지베르니에 정착해 정원을 꾸미고 수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전시회는 바로 지베르니 정원에서 보낸 마지막 10여년의 작품들을 집대성한 것으로, ‘만년의 모네: 수련, 물의 풍경’이 주제였다. 모네 하면 수련, 수련 하면 모네 아닌가. 그동안 여러 곳에서 3~4점씩 찔끔찔끔 보았던 그의 작품을 한꺼번에 무려 60여점이나 감상할 수 있어 그런 호사가 없었다. 모네의 작품 대부분이 역동적이거나 격정적이지도 않고 잔잔하다. 게다가 미디어에 수시로 노출되다 보니, 사실 내겐 그간 별 감흥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달랐다.

모네가 수련을 집중적으로 그린 시기는 지베르니에서 정원을 꾸민 이후였다. 그는 강물을 끌어들여 연못을 조성했다. 연못 정원을 특히 아낀 그는 많은 수련 품종을 키웠지만, 수면에 반사되는 빛도 중요하게 생각해 수련이 연못을 과하게 뒤덮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했다. 그가 색채의 대가가 된 배경에는 꽃들도 한몫했다. 형형색색의 꽃들을 기르면서 꽃 색을 고려해 정원을 꾸몄다. 한 구역에 한 종류의 꽃으로 장식해 화단을 마치 팔레트처럼 연출했다. 이쯤 되면 그가 정원사인지 화가인지 헷갈릴 정도다.

그런데 나는 정작 그의 대표작인 ‘수련’보다 인생의 끝자락에 그린 ‘수양버들(Saule pleureur)’이 더 인상 깊었다. 뒤틀리고 뒤엉킨 가지들은 그 이름(pleureur는 프랑스어로 ‘울다’라는 뜻이다)처럼 처연했다. 더구나 녹색이 주조를 이루던 이전의 색상과 달리 붉은색이 화면 전체를 채운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의 색감은 바뀌고 사물의 형태는 사라졌다. 빛을 잃어가던 그의 심상을 대변하는 것 같다. 형상을 표현하던 붓은 마음을 표현하고, 눈에 비친 색은 마음의 색으로 변했다.

빛과 시간, 그리고 색을 가장 중시했던 모네. 백내장으로 색을 구분할 수 없던 그가 마음으로 그린 말년의 작품은 그래서 더욱더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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