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WTO 제소 시사…“미 공격에 굴복 안해”
미 연방법원 “베네수엘라 추방자, 나치보다 못한 대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그리스 독립기념일 축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 추가 관세’를 앞세워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베네수엘라에서 석유나 가스를 수입하는 모든 국가는 미국과의 모든 교역 과정에서 25% 관세를 내야 한다”며 “이 관세는 4월2일 발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4월2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 해방의 날”로 칭하며 세계 각국의 무역 환경을 고려해 상호관세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조치를 “세컨더리 관세”라고 설명했는데, 제재 대상과 거래하는 제3자까지 제재하는 ‘세컨더리 제재’와 유사한 개념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 조치 이유로는 “베네수엘라가 의도적이면서도 기만적으로 수많은 범죄자를 미국에 위장 송환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과 미국이 지지하는 자유에 대해 적대적인 국가” 등을 들었다. 이어 “(미국에 송환된 이들) 다수는 살인자이며 매우 폭력적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라며 “우리는 ‘트렌 데 아라과’ 폭력 조직원을 포함한 이들을 돌려보내는 중요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미국 내 베네수엘라 국적자 200여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이들 대부분이 국제 마약 밀매·폭력 단체인 트렌 데 아라과 조직원이라는 게 트럼프 정부 측 주장이다. 다만 법원이 당시 추방 조치에 위법 소지가 있다며 집행정지 명령을 내려 소송이 진행 중이며, 추방자 선별 과정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1심 법원의 추방 집행정지 명령에 관해 심리하게 된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의 퍼트리샤 밀릿 판사는 이날 트럼프 정부가 근거로 삼은 ‘적성국 국민법’이 마지막으로 적용된 때가 2차 세계대전 당시였다고 짚으며 “나치가 적성국 국민법에 따라 (추방된 베네수엘라 국적자들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추방 대상이 된 이들은 범죄단체 조직원이라는 정부 주장이나 추방 절차에 이의를 제기할 적법한 권리를 박탈당했다는 취지다.

이번 관세 부과 방침은 유전 개발 불허 및 석유 거래 제한 등 베네수엘라를 직접 겨냥했던 기존 제재에 이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게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초 구금 중이던 미국인 6명을 석방하는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제스처를 보여왔지만, 결과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격은 피하지 못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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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정부는 이에 대응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발표한 새로운 공격 행위를 확고하고 단호하게 규탄한다”며 “완전히 자의적이고 불법적이며 절박한 조처로 우리를 굴복시키거나 우리의 결의를 흔들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무역 질서에선 한 국가가 은밀한 무역 장벽을 세우는 방식으로 다른 국가를 정치적으로 압박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며 “우리는 국제기구에 모든 조처를 해 세계 경제 질서에 대한 위반 행위를 규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