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25일 대전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운임 인상 추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고속철도(KTX) 운임을 17% 인상안을 추진한다. 인상안대로 추진된다면 현재 5만9800원인 서울~부산 구간 KTX 운임을 7만원 수준이 된다. 코레일은 지난 14년간 KTX 운임이 동결됐고, 노후 열차 교체를 위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25일 대전 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한 KTX 초기 차량 교체 사업을 앞두고,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올해 고속철도 운임 인상 목표치를 17%로 세웠다. 이를 적용하면 현재 5만9800원인 서울~부산 구간 운임이 7만원까지 오른다. ITX-새마을 등 일반 철도 운임도 10%를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사장은 “요금 인상 시기와 인상 폭, 기타 지원책에 대한 논의와 요청을 정부와 정치권에 지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철도 운임은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해 상한을 정하고, 코레일이 최종 결정한다. 한번에 올리지 않고 단계적으로 인상될 수도 있다.
코레일이 마지막으로 KTX 운임을 고시한 것은 2011년 11월이다. 코레일의 만성 적자가 지속되면서 운임 인상 필요성은 매년 제기됐지만 실제로 단행된 적은 없었다.
코레일은 KTX 운임이 동결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속버스 운임은 21%, 항공 운임은 23% 올랐다고 했다. 코레일이 낸 전기요금도 2041억원에서 5796억원으로 1.8배 치솟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7% 상승하는 동안 KTX 운임만 제자리였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의 재무상황은 좋지 않다. 코레일은 지난해 KTX 수익이 2조5483억원으로 2023년(2조4116억원)에 이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영업적자가 1114억원, 부채 비율이 265%에 이른다. 코레일의 누적 부채는 지난해 연말 기준 21조원에 달해 이자 비용만 연 4130억원 상당이다. 노후 KTX 교체 비용까지 공사채 발행으로 자체 조달하면 부채 비율이 400%를 넘을 것으로 코레일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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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최초 도입된 KTX-1 열차 46대의 안전 운행 연한은 30년이다. 예정대로 2033~2034년에 교체하려면 늦어도 2027년에는 발주에 들어가야 한다. 교체 비용은 약 5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비용을 전부 운임으로 충당하려면 KTX 운임을 25%까지 높여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 사장은 “열차 노후화는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며 “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면 적절한 재무수지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후 KTX 교체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현재로선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다. 한 사장은 “관련 법률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진행 중”이라며 “비용 절감, 해외사업 수주, 용산 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 추진 등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이는 자구 노력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