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회원들과 시민들이 25일 서울 서초구 남태령고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25일 오후 서울과 경기 과천시 경계의 남태령 고개 인근엔 트랙터 1~2대를 실은 1t 트럭 30여대가 600m가량 줄지어 서 있았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이 늦어지면서 진행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의 2차 트랙터 시위를 경찰과 법원이 불허했기 때문이다. 남태령 인근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와 유튜버들의 시위도 이어졌다.
전농 전봉준투쟁단은 이날 오후 2시 남태령 고개에서 윤석열 즉각파면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남태령고개 진입 전 트럭에서 트랙터를 내리려고 했지만 경찰이 이를 저지하면서 결국 트럭째 이동했다.
농민들은 애초 트랙터 20대와 1t 트럭 50대를 끌고 광화문까지 행진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탄핵 찬성 및 반대 집회간 마찰 우려가 큰 상황에서 트랙터 진입을 차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난 23일 제한 통고를 내렸다. 법원도 24일 트럭 20대만 서울에 진입하라고 결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남태령을 찾아 “트랙터 서울 진입은 절대 불가하다”고 했다.
연단에 오른 하원오 전농 공동의장은 “지난해 12월 (남태령 시위)에도 우리가 이곳에서 밤을 새울 생각은 전혀 없었다”며 “오늘도 똑같은 현장이 벌어질까 싶어 겁이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 7시 광화문 집회에 트랙터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경찰들이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2차 남태령 대첩’이 예고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농민들과 시민들이 남태령으로 모였다. 전라남도 영암에서 벼농사를 짓는 신양심씨(63)는 “한덕수까지 탄핵 기각된 상황에서 헌재 결정에 퍼뜩 배신당한 기분이었다”며 “권력기관들이 응당할 의무를 다하진 않으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막는 것은 아주 화가 난다”고 했다. 수원에서 달려왔다는 김정희씨(41)는 “농민들의 시위는 항상 평화 시위였다”며 “평화 시위에 인력을 과도하게 배치해서 교통체증을 유발한 것은 트랙터가 아닌 경찰 아니냐”고 했다.
시민들은 트랙터가 서울에 진입할 때까지 남태령에서 함께 연대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 사는 노모씨(70)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계몽령이라는 말은 테러를 합리화시키는 것이기에 계엄보다도 더 위험하다”며 “오늘 광화문으로 출발할 때까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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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인근 인도에선 100여명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 펜스 안에서 시위를 진행했다. 이들은 농민 등이 지나갈 때 “빨갱이들 얼른 지나가라” “정신 차려 아줌마”라고 외쳤다. 일부 유튜버들은 차량 스피커를 통해 욕설을 뱉으며 집회장 주변을 맴돌았다. 경찰이 차벽으로 두 집회 참여자들을 분리해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진 않았다.
3차선 도로 100m가량을 메운 농민들과 시민들은 집회를 이어가면서 경찰을 향해 “차 빼라”고 연호했다. 그러나 경찰의 차벽은 움직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