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9~24세 실태조사
여성은 70%로 남성의 2배
최대 이유 “대인 관계 문제”

중학생 김형서군(15·가명)은 초등학교에서 친구·선생님과 갈등을 겪은 후 학교생활을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중학교 입학 뒤 김군은 침대에 들어가 1년 동안 나오지 않았다. 목욕을 하지 않아 손발엔 각질이 쌓였고 이불 속에서 모바일 게임만 했다. 그는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서서히 방 밖으로 나오게 됐지만 여전히 외출을 어려워한다. 김군 같은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일상으로 복귀한 뒤에도 또다시 고립되는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는 25일 전국 9~24세 연령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10월 실시한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만9160명이 온라인 자기응답식으로 조사에 참여했고 이 중 5484명이 고립·은둔 상태로 집계됐다. 정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단위 조사를 진행했다.
고립 청소년은 12.6%, 은둔 청소년은 16.0%로 조사됐다. 고립 청소년은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경우를, 은둔 청소년은 집 안에만 머물며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여성 청소년이 고립·은둔 상태인 비율(70.1%)이 남성 청소년(29.9%)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연령별로는 19~24세 50.4%, 13~18세 45.2%, 9~12세 4.5%가 고립·은둔 상태였다.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4명은 고립과 은둔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이 처음 고립·은둔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한 청소년이 39.7%였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71.7%는 현재 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했고, 55.8%는 ‘은둔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고립·은둔의 저연령화 현상도 나타났다. 10명 중 7명은 고립·은둔을 18세 이하 때 시작했다. 16세 이상 18세 이하 때 시작했다는 응답이 29.7%로 가장 많았고, 19세 이상 24세 이하(27.7%), 13세 이상 15세 이하(25.6%) 순이었다.
고립·은둔 이유는 대인관계(65.5%), 공부 및 학업(48.1%), 가족관계(34.3%) 순으로 조사됐다. 19~24세의 경우 진로 및 직업을 원인으로 꼽은 비율(47.2%)이 전체 연령대 평균(36.8%)보다 높았다. 고립·은둔 기간은 2년 이상~3년 미만이 17.1%로 가장 많았고 1년 이상~2년 미만(16.7%), 6개월 이상~1년 미만(16.6%), 3년 이상(15.4%) 순으로 이어졌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4.76점으로 고립·은둔 상태가 아닌 청소년(7.35점)보다 현저히 낮았다. 68.6%는 불규칙한 식사를 하고 56.7%가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고 답했다. 10명 중 4명은 방의 어질러진 물건을 정리정돈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주일 넘게 옷을 갈아입지 않는다는 응답도 7.8%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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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불안도 큰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 청소년 10명 중 6명(62.5%)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 ‘절망적인 기분이 들 때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각각 63.1%, 59.5%였다.
최홍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표성 있는 조사를 거쳐야 정확한 실태가 나올 것”이라며 “앞선 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고립·은둔 청소년의 비중은 5% 정도로 추측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