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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트럼프 관세 혼란과 한국

“고객들이 만성 관세 피로 증후군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미국 조지타운대 로스쿨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한 통상 전문 변호사는 4년 만에 다시 닥친 관세폭풍을 대하는 미국 기업들의 반응을 이렇게 요약했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대중국 관세에 대응해 수입처를 멕시코,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했는데, 멕시코마저 관세 부과 대상에 오르자 ‘이번엔 어디로 움직여야 하나’라며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피로도를 더욱 키우는 요인은 혼돈의 관세정책이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는 유예, 발효 직후 자동차 품목 및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 적용 물품 면제 등 계속 바뀌었다. 외교소식통은 “예측을 어렵게 하려는 전술이라고 하더라도 관세 구상의 목적과 계획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보는 기업과 투자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세미나 당시 패널토론자로 나선 한 유럽 알루미늄 기업 북미법인장은 “갑자기 트루스소셜에서 50%(캐나다산 철강), 200%(유럽산 와인) 관세를 발표하는 건 경제를 해치고 투자를 겁에 질리게 한다”고 말했다.

물론 당장 미국 내 생산 압박을 받는 외국 기업들 사이에선 관세 리스크를 줄이려는 선제적인 투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4일 향후 4년간 21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과 자동차를 생산할 것이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정책의 불확실성과 신뢰도 하락이 지속되면 기업의 투자는 위축될 소지가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자문에 응하는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이미 투자 방침을 확정한 기업들이 아니고는 관세 방향이 좀 더 분명해지고 난 뒤 금리, 환율, 인력 수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를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유연성’으로 포장하는 오락가락 행보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이날 상호관세와 관련, “많은 국가에 면제를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상호관세와 자동차·반도체 등 품목별 관세를 동시 부과하는 4월2일을 ‘미국 해방의 날’로 삼겠다고 한 데서 후퇴한 것처럼 보인다. 동시에 고강도 관세 정책의 조정 여지를 내비친 점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주요 무역적자국으로 각종 관세의 사정권에 속한 한국 입장에선 협상 공간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트럼프의 환심을 살 수 있는 대미 투자 패키지를 마련하거나, 무역과 안보, 조선·방산 등 산업 협력까지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빅딜’을 시도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한국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둘 다 우리가 가진 현실적인 대응 카드일지 모른다.

하지만 2기 들어 더욱 노골화한 트럼프의 거래꾼 본색을 명심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대만 반도체 기업 TSMC가 1000억달러 대미 투자를 발표한 지 나흘 만에 “대만이 우리에게서 훔쳤다”고 비난한 이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승리계획’에서 미국의 안전보장 확약과 그 반대급부로 제안한 광물협정에서 후자만 날름 취한 이도, 모두 트럼프였으니 하는 말이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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