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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고 무책임한 엘리트들

2024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최근 몇년간 칼럼과 책을 통해 과두 정치(oligarchy)에 대한 경고를 지속해왔다. 과두 정치는 소수의 사람들이 권력을 독점해 통치하는 정치 체제를 의미한다. 얼핏 보면 그들의 비판은 중국이나 북한의 일당 중심 체제나, 부패한 엘리트에게 휘둘리는 중남미의 ‘바나나 공화국’을 겨냥한 듯 보인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들의 비판 대상은 바로 미국이다. 그들은 오늘날 미국의 과두들이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미국 경제를 바나나 공화국 수준으로 후퇴시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이러한 미국의 과두 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일론 머스크다. 그의 기행은 끝이 없다. 생방송 중 대마초를 피우고, 거의 모든 코로나 검사 결과는 가짜라고 주장하며, 가상통화 투기를 조장하고, 트위터 여론조사로 트럼프의 계정 복구 여부를 결정한 바 있다. 그런데 현재 그는 미국 정부의 ‘효율성부’(DOGE)를 이끄는 인물이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단지 그의 돌출행동이 아니라, 어떻게 이런 인물이 미국 사회에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의 권력은 전통적인 방식과는 다르다. 독재자가 군대를 동원해 사람을 억압하는 방식도 아니고, 초국적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며 생태계를 조작하는 방식도 아니다.

그의 영향력 기반은 파괴적 혁신 기업 테슬라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라는 상징성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기술과 산업에 더 큰 기여를 한 인물은 많다. 3차 산업혁명을 이끈 컴퓨터 혁명의 주역인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 운영체제를 대중화한 빌 게이츠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이다. 경제 생산성에 대한 실질적 기여로 따지면, 전기차가 컴퓨터나 인터넷 기술과 비교 대상이 되기도 어려울 거다. 그런데도 정치적 영향력만 놓고 보면 머스크는 그 누구보다 압도적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그는 단순한 괴짜가 아니다. 잡스와 워즈니악 역시 괴짜였지만 머스크와는 결이 다르다. 머스크는 ‘발언은 자유롭되 책임은 지지 않는’ SNS 구조 위에서, 전문가들을 조롱하고,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리며 자신의 정치 자산을 확장해온 무책임한 엘리트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인물에게는 ‘소아성애자(pedo guy)’라는 모욕적인 표현까지 서슴지 않았다.

우리는 지금 ‘작은 능력 차이를 가진 사람이 인터넷·유튜브로 전 세계를 커버하며 막대한 보상을 얻는’ 시대, 이른바 슈퍼스타의 경제학을 넘어, ‘철없는 엘리트’가 무책임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슈퍼빌런(최악의 악당)의 경제학을 걱정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머스크는 딜레탕트(dilettantes)의 독재, 즉 철없는 엘리트 독재의 전형이다. 자기 팬 이외는 다 개돼지로 여기는 이가 권력을 쥐고 사회를 이끌며, 실질적 책임은 회피한다. 그는 성공한 경영자일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도, 가상통화도, 행정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영향력만 행사하려는 인물이다. 그는 결국 똑똑한 머리를 개인의 이익과 명성 확장에만 활용하는 ‘오만한 엘리트’일 뿐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강력한 민간 부문을 기반으로 성장해왔다. 부유한 개인에 대한 존경과 선망도 컸다. 그러다 보니 머스크 같은 인물이 미국식 과두 정치의 아이콘이 됐다. 최근 트럼프는 “위대한 미국인 일론 머스크에 대한 지지의 표시로 내일 테슬라 차를 사겠다”며 공개적으로 친분을 과시했고, 그사이 미국 경제는 최고 수준의 불확실성에 빠져들고 있다. 한편 한국은 오랫동안 공공 부문을 중심으로 운영돼왔고, 법조인과 관료는 권위와 신뢰의 상징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이제 윤석열 구속을 취소하고, 파면을 지연하고, 시민에게 정신적 외상을 안기고, 시장을 흔드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다. 권력을 감시받지 않는 특권으로 여기고, 책임을 회피하는 오만한 법조·관료 엘리트의 과두 정치를 방치한 결과다.

미국과 유럽은 이 오만한 경영자 엘리트에 맞서 테슬라 반대운동(Tesla Takedown)을 전개하고 있다. 테슬라 불매, 주식 매각, 혐오 중단을 촉구하며 자유와 증오 사이의 경계를 무시한 자에 대한 사회적 경고를 던지고 있다. 우리 역시 오만한 법조·관료 엘리트에게 경고부터 날려야 한다. 그들은 온갖 혼란을 야기해놓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법리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마라. 우리는 당신의 은밀한 법기술조차 순식간에 포착하고 폭로할 준비가 돼 있다. 굳이 당신이 ‘최악의 악당’이 되고자 한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당신의 몫이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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