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조정 기대감 높아져…서울 성동·마포구, 거래 문의 뚝 끊겨
강화된 대출 규제로 서울 ‘갭투자’ 위축…호가 추이 보며 관망세
“지난주는 내내 집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종일 전화 한 통도 없어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이 확대 재지정된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A씨는 하루아침에 매수 문의가 끊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토허구역 재지정 첫날, 당초 ‘풍선효과’가 예측됐던 서울 성동·마포구 부동산 시장은 거래·문의가 확연히 줄었다. 지난달 오세훈 서울시장이 잠실 등 일부 지역의 토허구역을 해제하면서 마포와 성동구까지 들썩였으나 재지정 발표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강남권의 ‘갭투자’(전세 낀 매매) 금지로 조정장이 예상되자 마포·성동구도 관망세로 돌아섰다. 특히 금융권의 대출규제 강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4일 찾은 서울 성동구 옥수동·금호동 일대의 부동산 중개업소 중 다수는 서울시의 현장점검을 피해 문을 걸어 잠근 상황이었다. 문을 연 몇몇 중개업소들은 손님 없이 조용했다.
옥수동의 공인중개사 A씨는 “강남 집값이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거래 문의가 뚝 끊겼다고 했다. 그는 “매수인들은 조정 시 강남 진입도 가능하겠다고 생각하고, 매도인들은 강남으로의 ‘갈아타기’를 일단 늦추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성동구는 서울시가 잠실·삼성·대치·청담동 토허구역을 해제한 지난달 13일 이후 강남 3구를 제외하고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크게 들썩인 곳이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면적 84㎡는 지난 2일 23억5000만원에 거래돼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런 상승 흐름은 토허구역 재지정 발표 이후 당분간 멈출 것으로 보인다.
들썩이던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마포구도 비슷했다. 지난 3일 마포구 아현동의 마포래미안푸르지오는 전용면적 84㎡가 최고가인 21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사 B씨는 상황이 변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호가가 오르고는 있지만, 가격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인식 때문인지 이미 이달 중순부터 거래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의 공인중개사 C씨는 토허구역 재지정 후 매수 문의가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 강남에 관심 있던 사람들이 마포로 넘어오진 않기 때문에 풍선효과를 기대하진 않는다”고 했다.
강화된 대출규제로 토허구역 외의 서울 지역에서도 갭투자가 사실상 막혀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현재 5대 시중은행 모두 서울 지역에서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으로 집값을 치르는 갭투자 조건에서는 세입자에게 전세대출을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마포구 아현동의 공인중개사 D씨는 “세입자 대부분이 대출을 받아 전세보증금을 내는 만큼, 갭투자가 많이 어려워졌다”며 “특히 지방에서 잇따르던 갭투자 문의가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토허제보다 대출규제 영향을 더 체감한다”며 “당분간 실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